양윤석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병원 생활의 즐거움은 항상 20·30세대와 함께 일한다는 것이다. 대학병원은 베이비붐 세대부터 2030년의 MZ세대까지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이 함께 일하는 장소다. 직원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이며, 이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간호사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니, 소위 말하는 MZ세대 비중이 높은 젊은 조직이다. 매년 전공의와 간호사가 입사하니 4~5년이 지나면 새로운 20·30세대가 병원의 주인이 된다.

15년 전 "난 너무 예뻐요, 난 너무 멋져"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원더걸스의 ‘So Hot’이라는 ‘자뻑송’이 인기를 끌었다. 50대인 소설가 이외수 씨 조차도 ‘자뻑은 나의 힘’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자뻑 전성시대를 연다. 이외수 씨는 ‘내가 힘드니 나를 꾸미고, 금수저 흙수저로 신분을 갈리니 자뻑이라도 해야 위로가 되지 않겠어’라고 반문했다. 그 당시 자뻑의 본질은 이것이었다. 중진국에서 태어난 그들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남과 견주면서 만들어 낸 유행어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20대의 Z세대는 다르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자리는 누군가 차지하고 있느니 당신 자신이 되어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부조리보다 풍부함을 몸으로 익혔고, 기술적 진보와 최첨단 지식을 배우면서 성장한 그들이다. 집단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전 세대의 거대한 불안이 없기에 대세나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과 지속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욜로, 워라벨 유행을 한물 가게 된 이유도 Z세대의 등장이며, 호캉스 오픈런의 과시적 소비가 아닌 과시적 비소비로 우쭐하는 것도 Z세대다. 상품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사지 않는 ‘덧셈은 시시하다 뺄셈은 짜릿하다’는 의미를 아는 높은 수준의 세대 탄생이다.

과거와 달리 수준이 높아진 사회는 의식주를 넘어선 것을 목표로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바탕에 깔려 있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중 기본 욕구가 충족되니, 자아실현의 욕구가 많아진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Z세대의 의식 수준이다. 그들이 있어 이외수 씨의 자뻑과 차원이 다른, 자뻑을 해도 근거 있는 자뻑을 하고, 자뻑이 아니라 남뻑까지 외치면서 내가 행복해져 남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할 것이다.

멀리서 Z세대 선생이 ‘교수님’ 하면서 뛰어온다. 나와 눈을 맞추고 환자 상태에 대해 당당하면서도 우쭐대며 의견을 낸다. "그렇게 하자"고 답하면서 회진을 마친다. 교수가 의견을 내면 젊은 선생들은 받아썼고, 피곤한 얼굴로 워라밸을 외치던 과거의 2030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면 ‘워라밸’이 흔들려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환자에게 미소를, 교수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세대다. 조금은 우쭐해도 좋다. 그들의 자뻑이 남뻑까지 되면서 병원 문화는 선진화되고, 그들이 있어 나 또한 행복하고 환자들도 고마워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