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란 수필가

▲ 강미란 수필가
▲ 강미란 수필가

남은 날들을 첫날이자 마지막 날로 살고자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마흔에 거리 한복판에 쓰러진다. 보름 만에 의식을 찾은 그의 몸은 오른쪽 신경이 모두 마비된 상태이다. 1급 중증장애인 된 그는 의학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루아침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북토크가 있었다. ‘해맑은 영혼처럼’ 밝고 맑은 작가를 만났다. 마비된 한 쪽으로 올곧게 걷기도, 팔을 쓰고, 말하기도 힘들었을 20여 년 동안, 자신을 세상에 놓고 적응해 간 과정을 글로 쓰며 삶을 치유했다. 작가는 운전부터 도전했다. 생활에 한정된 반경을 벗어나기 위해 최적의 장치를 마련하고 훈련을 거쳐 넓은 세상과 접속했다. 언어 마비로 의사소통도 어려웠다. 껌 씹기가 혀와 뇌의 영향을 준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몇 년을 껌 씹기를 반복하여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에게 삶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게 한 두 사람이 있었다. 뇌병변 장애인 보조강사 아내를 만나고, NGO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멘토인 인생의 은인을 만났다. 멘토의 처방전은 ‘긍정적 포기’였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고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긍정적 포기’는 장애를 딛고 세상에 서는 디딤돌이 되었다.

작가는 기부통장을 비롯해 다섯 개의 통장이 있다. 토요일 놀이통장 쓰기는 지인에게 밥이나 차를 사주는 놀이이다. 자신만의 루틴을 정하고 운동, 자기 계발, 독서와 글쓰기 등 구체적인 목표를 실천하며 일반인 그 이상의 삶을 살고 있다.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이미 결정된 것은 신의 영역이다. 나도 그동안 안 되는 것을 붙잡고 집착하는 삶은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두고 할 수 없는 것에 매달려 안간힘을 다하는 어리석은 삶이었으리라 돞아 본다.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프다. 더 아프고 덜 아픈 차이만 있다. 과거의 아픔을 묻어 두고 하루 한시를 허투루 쓰지 않고, 늘 변화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작가이다. ‘긍정적 포기’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게 한다. 장애를 넘어 성공적인 삶을 사는 그의 해맑은 영혼은 타인의 마음을 타고 넘는다. 멘토와 강연이나 연설에 참여하여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자신을 넘어 타인의 삶에 선한 영향을 주는 작가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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