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화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얼마 전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게시판에 안내문이 하나 붙었다. 아파트 단지 주차장 관리 방법을 변경하려고 하는데, 이에 관한 결정을 주민 대상 전자투표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안내문에는 새로운 주차장 관리 방법의 장점 및 단점은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투표에 참여하는 방법까지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비로소 늘상 다니던 엘리베이터 안이 그동안 말로만 듣던 ‘생활 속 민주주의’의 생생한 현장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분주한 현대인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인 ‘전자 민주주의’가 어느덧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빠르게 뿌리를 내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개인의 정보 접근성은 과거보다 놀랍도록 높아졌으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의견을 표현하고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각종 안건을 논의하고, 서로 소통하며, 이를 바탕으로 주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첨단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민주주의가 더욱 깊숙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기여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견인한 것이다. 가령, 휴대전화기로 공간의 제약 없이 간편하게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면 최대한 많은 구성원들의 의사 표현을 집약적으로 도출할 수 있어 투표 결과에 대한 구성원들의 수용성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진행되는 소소한 투표들이 마침내 성숙한 시민사회를 앞당길 것이다.

물론 일부 기술적 문제와 사용자들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 및 도덕적 해이 등 아직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지만, 이 또한 점차 해결되어 가고 있다. 예컨대, 신뢰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한 투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13년도 10월 최초 개발·도입한 ‘온라인 투표 시스템(K-Voting)’의 경우 1만 9천여 건에 걸쳐 공공기관 및 단체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내부 선거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여 왔으며, 최근에는 특정 정보를 분산·저장하며 그 결과를 비교·검증할 수 있어 해킹까지 막을 수 있는 ‘블록체인’ 등 최첨단 기술까지 적용함으로써 보안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 민간영역의 경우 온라인투표업체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단체들이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통해 투·개표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공공분야의 노력이 시민들의 삶 속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기술적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복잡하고 개별화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온라인 투표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간소화해줄 대안으로서 이제는 대표자 선정뿐 아니라 설문조사, 각종 안건 채택까지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이전에는 상상만 해오던 ‘손 안의 민주주의’가 가능해진 것이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이용하여, 더욱 간편하게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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