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회장

몇 년 전 이름 있는 공기업 사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실수를 했다.

"영국의 위대한 과학자 에디슨은…" 하고 말을 시작했는데 옆에 있던 부사장이 말을 가로챘다.

"사장님, 에디슨은 영국이 아니라 미국의 과학자입니다."

순간 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많은 사람 앞에서 면박을 당한 셈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 후 부사장은 자리를 옮겼다. 그래서 그 회사 사람들 입에서 '부(副)' 자리에 대한 행동지침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첫째 윗사람과 함께 있을 때 아랫사람은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는 것. 윗사람의 말이 틀렸어도 지적하지 말고 윗사람보다 똑똑한척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윗사람보다 튀는 옷을 입지 말고 술집이나 골프장 같은 곳에서도 윗사람보다 두각을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

사실 이 지침은 관료사회 일수록 더욱 적용되는 것 같다.

심지어 어느 군수는 부군수가 자기보다 똑똑하고 주민들에게 인기가 있자 교체를 요구했다. 그대로 뒀다가는 군수자리마저 빼앗길 것같은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지방자치단체, 특히 광역단체는 '부(副)' 자리를 잘 두어야 단체장이 빛을 낸다.

충청북도 정무부지사가 그런 경우.

'경제특별도'를 지향하고 있는 정우택 지사는 정무부지사에 하이닉스반도체 전무로 있던 노화욱씨를 영입했다. 최근 하이닉스 유치를 둘러싸고 경기도 이천과 충청북도가 한판 붙었을 때 그는 작전의 로드맵을 진두지휘했고 결국 쾌거를 이루었다. 충북이 경제전쟁에서 이긴 것이다.

또 노화욱 정무부지사는 12명으로 구성된 세일즈 시장개척단을 이끌고 수도권 기업, 특히 충청북도에 투자 또는 공장 이전 의향이 있는 125개 업체를 대상으로 전방위적 투자유치를 전개한다.

충청남도의 김태흠 정무부지사도 장항 산업단지 조기착공 투쟁에서 보여 주었듯이 이완구 지사의 의지를 현장과 중앙요로에 접근시키는데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대전시 이영규 정무부시장은 능력 있는 검사와 변호사 출신이다. 매우 부지런하고 순수하다는 평도 받고 있다.

가끔 언론에 비쳐지는 그의 돌출성 발언도 그런 순수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만약 박성효 대전시장이 다음 정무부시장을 고르는 기회가 온다면, 그래서 면접시험을 치른다면 경제전문가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유치 전문가, 글로벌시대에 맞는 기업전략가… 그런 실물 경제통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요즘 들어 대전의 서남부권개발, 덕명지구개발 등 개발의 붐이 일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아파트단지만 조성하지 말고 첨단기업을 유치해야 대전시 '경쟁의 힘'이 생기고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대전을 먹여 살릴 길은 아파트 일색의 도시가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업이 포진하는 것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군수사령부 이전이 끝나고도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갖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촌스런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경제기획통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있다. 대구는 세계육상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시민이 똘똘 뭉쳤다. 인천은 아시안게임을 위해,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전남은 여수시의 세계 해양박람회를 위해 그렇게 뭉쳐 뛰고 있다.

우리 대전은 너무 조용하다.

대전시민이 뜨거워질 동력(動力)을 만들어낼 정무부시장이 있는지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 인물이 있다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대전 출신이 아니어도, 빼앗아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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