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옥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강사

▲ 정상옥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강사

여태껏 접하지 못했던 광경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했다.

"우리 가족이 먹기엔 너무 많아 나눔 합니다. 필요하신 분은 가져가세요."

엘리베이터 한쪽 벽에 붙은 메모지 아래 놓인 바구니에는 몇 가지 농산물이 들어있었다. 며칠 후 또 승강기 안에는 부모님께서 농사지은 것인데 상품 가치 없는 못난이지만 먹는 데는 지장 없어 나눔 한다며 탐스러운 배가 그득 담겨있었다. 또 며칠 후 조미김 몇 봉지와 생활용품도 담겨 나왔다.

나눔의 물건이 비워질수록 나눔 받은 이의 답례품이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감사의 글귀와 함께 바구니를 채우는 진풍경도 마주했다.

"고마운 나눔 감사드립니다. 저희 식탁이 행복해지는 날입니다." "저희 아이가 정말 행복해하네요…."

손뜨개 수세미 몇 개, 예쁜 리본이 매여있는 작은 봉지에 사탕 몇 알, 건강음료 몇 병이 나눔 바구니를 채웠다. 그 물품마다 붙여진 메모지에 손으로 눌러쓴 글씨가 감사하는 마음을 대신하는듯하여 더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나눔 물품을 가져간 누군가가 감사의 답례품을 놓고 가면서 고마움을 표시한 글인듯하다.

한 달 동안 서너 번의 나눔 바구니를 마주하며 이웃의 사랑이 내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왔다.

울 밖에서 벌어지는 온갖 황당한 사건·사고들을 접하며 아파트라는 사각의 틀에 갇힌 메마른 정서에 더 익숙하게 살아온 나였기에 처음 접하는 이러한 풍경들이 솔직히 말하자면 낯설기도 했다. 소박한 먹거리조차 하루에도 몇 번씩 담장을 넘나들며 이웃과 나누던 정서는 아마도 고전으로나 전해질 이야기라 생각하며 개인주의 삶에 더 익숙했으니까.

승강기의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마주한 이웃의 정 나눔은 그동안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나눔의 선봉에 서준 사람이 누굴까 궁금하기보다는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살았음에도 먼저 실천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아량이 내내 부끄러워졌다. 옹색했던 인정도, 편협한 마음도 이웃이 먼저 내민 작은 사랑의 손길은 감동으로 어느새 내 안에 스미고 있었다.

사랑은 가장 따뜻하고 가장 바람직한 인간관계라 한다. 그러한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 했다. 감동하고 느꼈을 때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실천하며 어우러져 살아간다면 도시 생활이 그리 각박하지만은 않으리라.

내 손에 들린 나눔 바구니 속 늙은 오이 하나는 오늘 우리 집 식탁에서 분명 사랑으로 변신할 것이다. 사랑은 전염되는 것이니까.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