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연 주다교육경영연구소 대표

지난 8월, 교직 40년의 여정을 마치고 정년퇴직을 맞이했다. 교육이라는 큰 꿈을 안고 교사로서 첫발을 내디디며 나는 왜, 무엇을, 어떻게 교직에 임할지를 생각하였다. ‘저에게 이 세상의 하고많은 일 가운데서, 교사의 임무를 택하는 지혜를 주심에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오천석 박사의 ‘무명 교사의 예찬’을 되뇌며 사명감에 불타올랐었다. 그렇게 시작한 교직이 네 번의 강산이 바뀌었다.

훌륭한 제자를 길러낸 보람과 교육행정가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자부심도 잠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면 한없이 속상하고 미안함이 앞선다. 나는 그 긴 세월 동안 교육 발전을 위하여 무엇을 했는가? 왜, 우리 후배들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절규하게 하였는가? 나는 상처 입은 선생님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얼마나 함께 울었는가? 등등 반성과 성찰이 가득한 9월이었다. 그야말로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며, 한 나라의 존립을 좌우한다. 교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인격을 모독한다면 교육은 바로 서지 못하고, 나라도 튼튼히 설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을 둘러싼 집단 간의 갈등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모두가 하나로 뭉쳐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마음으로 교육에 힘써야 한다. 모든 국민이 교사를 믿고 존중하며 함께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이야기하여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은 이미 화해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데 일부 어른들이 자신의 분을 못 이겨 심의를 요청하는 일도 있다. 심지어 이미 학생들 간의 사과가 이루어져 마무리되어가는 사안들이 학부모 간의 감정으로 번져 법적으로 가는 일도 있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며 아이들의 지혜로 판단하는 것이 참다운 교육이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들은 교육의 주체가 학생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습의 주체가 학생이듯이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다. 따라서 교육의 주체인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어 교육이 바르게 설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특히 교육 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 교육 당국은 정치적 판단보다는 교육적 판단으로 교권 회복에 대한 균형 잡힌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상처받은 교사를 보듬어 주는 시점이다.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겠다고 그렇게 절규하고, 교육을 제대로 해 보겠다고 목 놓아 외쳤다. 다행히 교권 회복을 위한 교육 법규의 개정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다. 나머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등도 하루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제대로 교육하면 고발당할 수 있다고 비아냥대는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해인 시인의 ‘어느 교사의 기도’라는 시처럼 꽃자리에 가장 눈부신 보람의 열매 하나 열리는 행복을 기다리며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교사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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