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충남본부 천안아산담당 부장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이상한 일이다. 숫자가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다르다. 지자체에서 집계한 금액과 무려 ‘3000억’ 이상 차이가 난다. 박완주 국회의원이 최근 지역구 주요 도로변에 내건 현수막을 보고 드는 생각이다.

현수막에는 ‘2024년 천안(을) 정부안 1조 1939억 원 확정’이란 문구가 강조됐다. 기자는 약 일주일 전 천안시가 마련한 내년 정부예산 확보를 위한 국회의원과의 간담회를 취재했다.

간담회에서는 ‘2024년 정부예산확보 주요사업 현황’ 등이 포함된 책자가 제공됐다. 시 주요 부서에서 올해 초부터 국비 확보를 위해 주력한 97건 사업들의 정부안 세부 내역이 담겼다. 현시점에서 확보된 내년 정부예산안이다.

그런데 이 자료만 놓고 보자면 시의 당초 목표액은 1조 3800억 원이었고, 정부안에 담긴 예산은 8067억 원에 불과하다. 목표 대비 58.45% 확보에 그친 셈이다.

박 의원 측이 내건 현수막의 ‘1조 1939억 원’과 천안시가 확보했다는 ‘8067억 원’ 사이의 격차는 상당하다. 그것도 박 의원은 ‘천안(을) 정부안’이라고 표기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천안시청 주요 부서들이 추진할 사업들의 내년 목표 예산안이 1조 3800억 원인데 어떻게 ‘천안(을)’만 1조를 넘길 수 있는 것인지.

궁금증은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다. 박 의원 측이 지난 4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조 1939억 원’ 산출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관련 자료들을 비교해 보니 박 의원 측은 국가철도공단의 예산 4700억 원(평택-오송 복복선, 천안아산 정차역 설치)을 비롯한 타 지역 및 기관 사업예산들을 포함시켰다. 천안(을) 지역구와 관련이 적은 충남교통방송국 설립 87억, 천안 동부경찰서 신축 예산 3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3000억’이라는 금액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국비 확보와 관련해서는 분위기가 이전과 같이 않아서다. 재정수지 적자폭 확대와 누적된 국가채무 등의 영향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에서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당시 국회의원 간담회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시에서도 반드시 증액이 필요한 사업 16건(440억 원)의 국비 확보를 참석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시청과 교육청은 물론이고 지역 내 각 기관들을 취재하는 입장에서 내년을 미리 예상하며 요약 가능한 단어는 ‘위기’이다. 유례없는 예산안 삭감 후폭풍 속에서 나오는 말들이기도 하다.

지금은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예산 확보에 대해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시 공무원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총력’을 기울일 때이다. 정부가 예산안을 공식 발표한 이후부터는 국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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