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기 서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잔인하고 충격적인 범죄 현장 사진과 영상이 마치 일상처럼 TV와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과도한 범죄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언론의 상업주의가 낳은 결과물로 보인다.

최근 경찰청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실제 강·절도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평균 5% 안팎이지만 이를 당할까 걱정하는 사람은 70%를 웃돈다.

이는 언론의 과도한 보도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범죄 보도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범죄에 대한 정보 제공이고 다른 하나는 여론 환기다.

범죄 보도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 매체의 보도는 순기능을 넘어 역기능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어 문제다.

특히, 밀착 보도와 선정적 보도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밀착 보도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접근해 밀착 취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범죄가 진행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모방 범죄 발생을 부추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정적 범죄 보도 역시 범죄 현장의 잔인한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거나 범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범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모방하고 싶은 충동을 부른다.

이러한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단순한 상업주의일 뿐이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일 뿐이다.

한국 언론의 일반적인 보도 관행인 ‘뉴스로서 팔리는가?’ 라는 상품성은, 심하게 말하면 자신의 수익을 위해 사건을, 피해자를 팔아버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언론과 매체의 범죄 보도는 사회적 가치 형성, 윤리와 규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보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영국 BBC 방송은 범죄 뉴스 보도 지침으로 ‘진전된 팩트가 없을 때는 가급적 재보도를 자제한다’는 ‘누적 보도의 원칙’을 세웠다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윤리적 책임을 각인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범위 안에서 적당한 보도를 하는 모범이 되는 언론을 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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