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회가 급변하는 가운데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변해가고 있다. 작거나 사소한 힘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를 뜻하는 말로, ‘미시사회’라고도 한다.

그동안 우리는 보스 리더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로 소사이어티 시대 리더들은 기존 사회의 연령, 학벌 등의 기준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어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 리더십의 롤 모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멀리 영국에서 손흥민 선수의 리더십이 조명 받고 있다. 자신의 기량도 최고지만 동료 선수들에게 공격 침투 공간을 열어주는 이타적인 능력, 팀에 헌신, 겸손까지 서양인과 다른 한국인 특유의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캡틴이고, 그의 완장은 빛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은 목은 이색의 천인무간 사상을 기반으로 건국한다. 하늘과 사람 사이에 간격이 없다는 것이다. 하늘과 사람이 분리 돼있다는 중국 성리학의 천인합일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단군신화의 홍익인간을 토대한 새로운 철학이다. 퇴계 이황은 천아무간 아내천이 되기 위해 철저한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집대성 한다. 영성 학자 돈 베이커는 ‘한국인은 스스로 하늘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가 되고 빛이 되는 바탕이 되길 열망하는 민족’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한국인의 정서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홍익인간과 천아무간의 정신을 정확하게 집어낸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홍익인간과 천아무간 사상을 21세기 버전으로 발전시켰다. 높은 이상도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따라 천양지차, 일제 강점기에 윤치호와 도산 안창호 선생을 보면 극명하다. 당대 최고의 지성이자 민족의 안위를 위해 평생을 바쳤던 윤치호지만 자신과 서양 문명을 동일시하면서 조선 민중의 어리석음과 무능을 크게 탓했다. 도산은 달랐다. 나와 민중이 같다고 생각하면서 애기애타의 철학을 펼친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남을, 더 나아가 조국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탄 소년단이 도산의 애기애타를 ‘Love yourself’, ‘Love myself’로 노래하고 있듯, 도산은 21세기 한국이 나갈 정신 세계를 말하고 있었다.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나가자. 나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 동료들에게 지식을 나눠주고, 지식과 경험을 쌓아 동료가 발전하는데 도와주자. 이것이 도산이 말한 애기애타고, 손흥민 선수가 경기마다 완장을 차는 이유다. 애기애타는 내 삶을 나답게 사는 시대, 마이크로 소사이어티 시대의 필수 덕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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