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선 ETRI 사이버브레인연구실장

전산학을 전공하며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보고 싶었다. 학위를 마치고 전산학을 전공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입사한 첫 직장에서, 프로그램 기술만으로는 다른 분야의 전공자와 차별화된 포인트를 내세우기가 어렵다고 느끼게 됐다.

그러던 중 자바 가상머신의 스펙을 보고 메모리, 프로세스, 쓰레드 등을 구현하고 라이브러리까지 연결하면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동원하며 시스템 기술에 대한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 데이터방송, 홈서버, 스마트폰 등 탑재 대상으로 자바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활발하지는 않았으나 자바 관련 오픈소스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그 때부터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삼게 됐다. 4~5년 동안의 자바 플랫폼 개발은 가장 소중한 경험이 됐고 이어서 클라우드에서 빅데이터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을 이해하고 연구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 그런데 플랫폼 자체보다는 플랫폼 간 데이터 공유, 융합, 활용기술에 무게가 옮겨져 실질적으로 메타데이터가 중심인 연구를 하게 됐다.

이렇게 된 계기는 여러 유럽국가와 협업분석플랫폼(CAP: Collaborative Analytics Platform) 프로젝트를 공동연구로 수행하고 국내 과제로 오픈 데이터 유통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플랫폼 기술보다는 사용자들의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위한 플랫폼에서 메타데이터 관리와 표준기술이 훨씬 더 중요한 연구과제였다.

당시 유럽, 미국 등 해외 다수 공공기관들은 데이터 허브 개념의 CKAN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었고 웹 표준을 리딩하는 W3C(World Wide Web)는 데이터 공유를 위한 데이터 카탈로그 모델을 확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수행 중인 과제를 통해 W3C에서 제정 중인 데이터 카탈로그 표준인 DCAT(Data Catalog Vocabulary)을 선제적으로 적용한 플랫폼을 개발해 기업을 통해 확산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DCAT은 품질을 관리하고 여러 분야의 데이터를 융합하고 활용하려는 시장 요구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의료서비스플랫폼 개발이 목표인 파트너(PARTNER)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했던 해외 전문가들은 HL7 FHIR(Health Level Seven International 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를 유력한 의료정보 표준으로 의견을 모았고 플랫폼 개발에 적용했다. 시스템 관점에서 데스크탑에 설치된 운영체제(OS),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시스템 각각은 CPU, 메모리, 데이터, 통신 라인 등에 대한 실물과 현상을 설명하는 구조화된 메타데이터를 관리하며 동작하고, 어플리케이션의 메타데이터를 해석하고 실행시킨다. 무수히 많고 다양한 디지털 자원들에 대한 메타데이터는 끊임없이 생성될 것이기에 질서 정연한 열린 디지털 생태계를 위해서는 다차원이며 계층적 구조의 메타데이터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정책, 제도, 기술 등은 메타 체계와의 접점을 만들어 디지털 환경에 전파되고, 메타를 통해 자동화를 이루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거버넌스 플랫폼은 메타데이터 체계를 관리하며 세상과 디지털 환경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이 맡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을 전개하다 보니 온 세상이 메타로 구성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