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 윤 한 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 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얼마 전 새만금 간척지에서 열렸던 세계 잼버리 대회에 대한 언론 기사를 보며 유사한 이벤트를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부실한 행사는 어떻게 준비(?)되는지 필자가 겪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국내외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벤트는 사전적으로 현재 있는 것과 차별된 일이거나 중요한 일의 발생을 의미한다고 한다.

올 봄 캐나다에 살고 있는 딸이 휴가를 내고 귀국했다. 필자는 이 사실을 모르고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캐나다 딸이 필자의 옆자리에 앉아 놀랐다. 가족들은 놀란 필자를 보며 재밌게 웃어 이벤트는 마무리됐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소위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깜짝 이벤트를 직접 경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벤트 하면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소소한 행사를 생각하게 되는데 좀 더 확장해 보면 많은 대중들이 모이도록 특별한 내용의 모임을 개최해 계획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행하는 행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필자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파견근무를 했고 당시 참가국가 체육회(NOC:National Olympic Committee)를 담당해 참가국의 종목 및 선수 등에 대한 지원 업무를 하면서 국내외 400여명의 외국어 자원봉사자를 선발하고 관리했다. 대회를 1년여 앞두고 파견근무를 해보니 전임자들이 계획하거나 집행한 일을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어렵고 이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발생했다. 해당 지지체 소속 공무원들은 인사상 순환보직을 하다보니 5년여의 준비기간에 담당자가 여러 번 바뀌었고 심지어 초창기에는 파견 수당, 해외 출장 등 업무상 특혜(?)를 받기 위해 지원 근무했다는 말도 들었다. 아무튼 대회를 앞두고는 원소속으로 복귀하고 내용을 잘 모르는 신규 파견자가 일을 하다보니 업무에 대한 연계와 책임이 미흡하고 모호했다. 이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아래 사례만으로 충분할 듯하고 남 모르게 수고하셨던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시 외국, 또는 지방에서 지원한 자원봉사자의 경우 숙소를 제공했는데 이들을 위해 전임자가 다수 봉사자를 동시에 수용하는 대형 온돌방을 임차하기로 예약했다. 대회가 임박해 직접 숙소를 방문해 보니 너무 열악한 시설이어서 대회 기간 중 남녀 자원봉사자가 동시에 이용하기에는 불편하고 관리상 문제도 있어 교체하려 했으나 이미 예산이 확정되고 변경할 숙박시설도 부족해 많은 고생을 했다. 또한 여러 경기장에서 각 국 선수들이 다른 일정에 따라 경기에 참가하기에 자원봉사자의 근무장소, 시간과 인원이 상이하고 긴급상황에도 대처하기 위해 업무차량이 필요했으나 너무도 당연한 일에 대해서도 같은 소속의 전임자 입장을 두둔하느라 불필요한 논란과 소속별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인천아시안게임이 종료된 뒤 언론을 통해 엇갈린 평가가 있었지만 실패한 대회로 평가한다는 것이 중론이었고 필자는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원 소속으로 복귀해 근무하던 중 조직위원회에서 당시 행사 유공자에 대한 정부 포상을 추천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실패한 대회의 수상이 어색해 같이 고생했던 자원봉사자를 대신 추천했다. 열악한 조건에서 자원봉사하셨던 분들에게 지금도 안타깝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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