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묵 단국대학교 공공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 학장

▲ 김장묵 단국대 공공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 학장
▲ 김장묵 단국대 공공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 학장

하반기 중 정부는 향후 5년간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담을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필수의료 기반의 약화로 환자들이 위급할 때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거주지가 아닌 타지로 이동해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필수의료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보상체계 도입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재정지출과 수입, 보장성 등의 정책을 담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알리오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회에서 2023년~2027년까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안을 의결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데, 건강보험사업의 부채비율이 3년 전 예측보다 대폭 하락한 35.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구 고령화, 보장성 강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의료수요 발생 등으로 단기간 지출이 급등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중장기 재정 전망도 어렵게 하고 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강화해야 하겠지만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는 모든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확보와 필수의료 확대 등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정부 자료에 의하면 사무장 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이하 면대약국) 등 불법의료기관이 지난 14년(2009~2023년 6월)간 공단으로부터 부당 청구한 금액이 약 3조 4300억 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큰 손실을 초래했다. 하루에 6억 3천만 원씩 누수된 것이다. 이들 불법의료기관은 영리추구에 몰두하고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사무장 병원과 면대약국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막고 국민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은 꼭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법의료기관을 조사하면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 특화된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수사권이 없기에 자금추적이 불가능하고 혐의 입증에도 한계가 있다. 특별사법경찰 권한이 있는 지자체와 보건복지부는 불법의료기관 조사에 전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경찰의 경우 역시 사무장 병원을 위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무장 병원 수사의 경우 난이도가 높아서 수사기간도 평균 11.8개월(최장 4년5개월)로 장기화될 수 밖에 없고, 이 기간 동안 사무장 병원에 대한 진료비 지급을 차단하기도 어렵다. 장기 수사과정 중 사무장 병원에서 재산을 은닉하고 폐업해서 징수를 피하기도 한다.

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 병원과 면대약국에 한해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4개 의원실(정춘숙, 서영석, 김종민, 이종배)에서 발의했다.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이 부여된다면, 사무장 병원의 개설과 운영 및 자금흐름까지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하며, 신속한 착수와 종결로 수사기간이 단축돼 조기 채권 확보가 가능하고 재산은닉 및 사해행위를 최소화하여 징수 가능성을 높여 연간 약 2000억 원의 재정누수 차단이 가능하다.

수사권 오남용에 대한 우려로 반대하는 민간단체도 있다. 특사경 제도에서 수사권 범위를 사무장 병원과 면대약국으로만 권한을 제한하고 대상자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인권보호 지침‘을 마련하고 적법한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도록 안전장치를 준비하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4개 의원실에서 입법 발의한 ’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 병원과 면대약국에 한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여 제도화되기를 바란다. 재정누수를 막을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고, 합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량한 의료기관의 수익을 보장하여 환자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건전한 보건의료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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