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9월의 달력을 보는 마음이 무겁다. 초가을 높은 하늘을 바라보는 심정도 착잡하다. 교육활동 보호라는 과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았다. 오늘 전국 곳곳에서는 선생님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추모행사가 열린다.

세종시교육청에서도 세종교육공동체와 함께 추모와 다짐의 시간을 갖는다.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교육활동 보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널리 퍼지고 있다. 서울에서 이어지고 있는 교사 집회에 참석한 날에는 선생님들의 뜨거운 호소를 온몸으로 느꼈다.

8월 말에는 집회 단상에 올라 교육 현장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반성하고, 서이초 선생님의 49재가‘교육공동체 회복의 날’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고통스럽지만 회피하지 말고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와 제대로 배울 권리가 땅에 떨어진 원인을 총체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그것이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와 교사의 관계, 교사와 학생의 관계, 학생과 학생의 관계, 그리고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협력의 네트워크를 새롭게 만들어야 정당한 교육활동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활동 침해가 부쩍 늘어나고 있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일부 학부모의 특이 민원으로 정당한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관련 대책에는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예산확보 그리고 인력확충이 이뤄져야 대책의 실효성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은 교육부가 선생님들의 정당한 추모 활동을 불법으로 몰아가기 보다는 교육활동보호 대책을 현실화하는 부분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세종시교육청에서는 지난주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활동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악성민원에서 교사를 보호하는 민원응대시스템을 마련하고, 교육활동 침해가 있을 때 현장에서 긴급 지원하고 처리하는 교원안심콜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느린 학습자와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꼼꼼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교육활동 보호와 관련해 세종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미있는 일은 교육주체들이 참여하는 교육활동보호조례추진단의 활동이다. 세종시민을 포함해 교육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추진단은 이달부터 조례제정을 위해 서명운동에 들어간다. 민간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공동체의 힘을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49재는 추모의 끝이 아니라 교육공동체 회복을 알리는 시작의 날로 삼아야 한다. 우리의 노력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사는 누구인가’를 묻고 답하는 뜻깊은 교육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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