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ETRI 언어지능연구실 선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입사해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으로 지낸 지 벌써 5년차를 맞았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며, 반복되는 업무들이 조용히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매주 비슷한 업무들이 번갈아 오면서 시간은 마치 순식간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ETRI에는 매년 방학 기간마다 연구연수생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교 3~4학년 정도의 나이 또래 학부생들로 이뤄져 있으며, 그들의 도착 때마다 필자의 나이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체감하게 한다. 한 인문학전공 연수생은 ETRI의 생활에 대해 "일주일은 천천히 가는데, 한 달은 빠르게 지나간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 말은 ETRI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각 업무에 집중하며 한 주의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지만, 그 결과물을 종합하고 성과를 확인하는 한 달은 빠르게 지나가는 연구원의 생활을 잘 담아낸 것 같다.

일반적으로 회사 생활 3년 차에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사례가 흔하다고 한다. 필자 또한 연구원 3년 차 시기에 퇴사의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주변의 조언과 도움으로 극복했고,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는 삶을 찾아가는 중이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절대적인 무기력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전할 부분을 선택하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필자에게 올해는 바쁘면서도 의미 있는 한 해이다. 과거의 기간은 주어진 과제와 업무만을 따라가며 연구의 실체를 느끼기 어려운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진정한 연구에 도전하려는 욕구를 느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다행히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들을 거두며 조금씩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필자가 속한 연구 분야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해외학회에 논문이 채택되고 발표하는 영광을 경험 했고 ETRI의 ‘신진연구사업’에 도전해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젊은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더 큰 연구 주제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ETRI 내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체계적인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이다. 본 사업은 개인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해 과제 기획연구, 개념검증연구, 본격적인 전문연구로 연결하고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자는 본 사업에 ‘해석 가능하고 제어가능한 차세대 뉴런 원천기술연구’를 지원해 선정됐다.

젊은 연구자들에게 아직 정부출연연구원에서의 현실은 어려움과 도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번 신진연구사업을 통해 더 큰 도전을 위한 발판을 준비하고자 한다. 이러한 기회는 젊은 연구자들이 미래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여전히 필자에게 대기업과 대학, 정부출연연구원의 역할과 차이에 대한 의문은 모호한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을 조금씩 풀어나가며 나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아직은 작은 규모의 연구라 할지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통해 더 큰 연구성과로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다. 어떤 성과를 얻을지 두근거리면서도 희망을 품고 있는 마음으로 조용하게 나아가고자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