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자중학교 2학년 김서윤

여름방학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서윤 양.
여름방학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서윤 양.

가족과 함께 사랑의 연탄 나누기, 토종물고기 치어방류, 새집 달아주기, 국립대전현충원 봉사, 내 고장 현충시설 알리미 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봉사를 정말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 초 의료봉사 700회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만난 원장님과 사모님의 따뜻한 소감을 들으며 꼭 한번은 해보고 싶었던 의료봉사를 학기 중에는 시간이 되질 않아 참여할 수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여름방학은 다른 것보다도 의료봉사를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방학이 더욱더 기다려졌습니다.

저의 첫 의료봉사는 대전 보훈회관에서 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영양수액을 놔드리는 봉사활동이었습니다. 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몰군경 미망인회 회장님께서 사진을 보여주시며 6.25 전쟁과 그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한 분 한 분께 죄송하고 또 감사한 마음을 갖고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들께 자리를 안내해드리고 수액을 맞으시는 동안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데 할머니들의 다리가 제 손에 한 줌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 가늘었습니다. 평생을 함께 해야 할 남편을 전쟁에서 잃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며 자식들까지 키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날 정도로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다리를 주물러드리는 제 손을 붙잡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며 웃어주시는데 그곳에 계신 할머니 모두가 영웅처럼 보였습니다.

수액이 다 들어간 순서대로 일사불란하게 주사를 빼고, 지혈이 되는지 살피고, 어지럽진 않으신지 몸 상태도 체크하고, 자리를 떠나시면 매트와 거치대를 정리하고, 도구들을 정리하고, 버려지는 도구들은 분리하고... 이 여러 가지 일들 중에 다행히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의료봉사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첫 의료봉사를 마쳤습니다.

두 번째 봉사활동은 가양 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국가유공자와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대부분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셨는데 오늘 이 주사를 맞기 위해 이 더운 날 멀리서부터 걸어오신 분, 버스를 타고 오신 분, 시간이 늦어져 택시를 타고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 말씀들을 들으며 김찬기 원장님과 사모님께서 형편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정말 소중하고 값진 일을 하고 계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겸손한 말과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시는 모습을 보며 정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봉사활동 산내종합사회복지관은 어르신들이 누워계신 방이 3군데로 나뉘어져 있어 필요한 도구들을 옮기고, 상황을 파악해 전달하고, 추워하시는 분께 이불을 전달하고, 목마르신 분께는 물을 전달하는 등 왔다갔다 아주 바쁘게 진행되었습니다.

수액을 맞는 동안 가만히 누워계시기에 추워하시는 어른들이 계셔서 에어컨도 끈 상태에서 원장님과 사모님이 땀을 뻘뻘 흘리시며 봉사하시는 모습을 보며 저는 더 열심히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 흘리며 움직였습니다.봉사활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몸은 너무 힘든데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엄마, 나 행복해!”거울에 눈이 마주친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엄마도!”라고 답하셨습니다. 그러고는 서로 미소를 머금고 말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개학 하루 전날 의료봉사가 있다는 공지를 보자마자 집에서 거리도 멀고 그 시간에 막내의 유치원 하원 때문에 엄마가 바쁘실 걸 알면서도 꼭 가고 싶다고 엄마에게 졸랐습니다. 결국 아빠가 막내의 하원을 책임지시고 엄마, 남동생과 함께 대덕구 장애인종합복지관을 향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원장님과 사모님은 약속시간보다 미리 오셔서 의료기구들을 챙기고 계셨습니다. 이번에도 원장님을 만나기 위해 어렵게 찾아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소통이 잘 안 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누워서 주사 맞기 힘든 분도 계시고, 혈관이 잘 안 보이는 분 등 다양한 분들이 계셔서 원장님이 더 많은 신경을 쓰시며 주사를 놓으셨습니다. 언제나 긴장감 속에 진행되는 의료봉사가 순조롭게 마무리 되고 마지막 한 분까지 무사히 귀가하시는 모습을 보며 오늘 의료봉사도 감사하게 마쳤습니다.

날개만 없는 진짜 천사, 원장님과 사모님께 겨울방학 때 다시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하고 저의 여름방학 의료봉사활동은 끝이 났습니다.제 장래희망은 각박해진 세상에서 마음이 병든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정신과 의사입니다.열심히 노력하여 만약 제 꿈을 이루는 그 날이 오게 된다면, 원장님과 사모님 같은 날개만 없는 진짜 천사의 모습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정말 꼭 필요하고 소중한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너무 먼 이야기로만 생각되었던 의료봉사를 가능하게 해주신 대전봉사체험교실에 감사드리고, 지금 이 마음 변치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제가 되겠습니다. <대전여중2/김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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