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지난 2021년 12월 제주에서 출생신고 없이 20년 넘게 유령처럼 살아온 세 자매가 아버지의 사망신고 과정에서 확인돼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2020년 10월에는 서귀포 지역 한 미혼모가 중고 거래 앱에 36주 된 아이를 20만 원에 판매하겠다고 올려 파장이 일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출생 미등록 아동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금 인지하게 한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선 주민의 거주 현황 파악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주민등록 사실조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7월 24일부터 실시한 ‘주민등록 사실조사’는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의 일치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 인구와 주거를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로 복지, 교육, 세금 등 각종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인구 조사를 실시해 왔다. 신라시대 촌락의 행정자료인 ‘정창원 민정문서’에 따르면 농지나 가축 같은 재산뿐만 아니라 호구의 구성과 사망, 이동까지 파악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도 세금을 걷고 백성을 군역과 요역에 동원해야 나라를 운영할 수 있었기에 이를 위한 조사는 필요했을 것이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주민등록 사실조사는 국가 유지를 위한 자료 수집이라는 측면에서는 예전과 동일하지만, 수집된 자료의 활용 측면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복지국가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구성원에 대한 세금 징수의 목적보다는 지원체계 마련, 복지정책 계획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목적이 커지고 있다.

올해 주민등록 사실조사는 대면과 비대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달 21일까지 비대면 조사가 진행됐고 22일부터 오는 10월까지 통장과 공무원에 의한 대면 조사가 진행된다. 매년 사실조사 기간에 통장 및 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이 실거주를 확인하기 위해 각 가정을 방문하는데, 통장 신분을 의심하는 경우가 있어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선 무엇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앞서 서구는 지난 6월 28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임시신생아번호 아동 전수조사를 통해 위기 아동 발굴 및 지원에 나섰다. 임시신생아번호는 의료기관이 예방접종 등을 위해 신생아에게 임시로 부여하는 7자리 번호로, 구는 지역 내 임시 번호를 발급받은 아동을 대상으로 출생신고 여부와 소재지, 안전 확인 등의 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저서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진휼(賑恤)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으니, 첫째는 시기를 맞추는 것이요, 둘째는 규모를 정하는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는데 어찌 기회를 보느라 시기를 늦출 수 있겠으며, 물(物)을 균평하게 하는데 어찌 그 규모를 없게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복지정책이 보편화된 현재도 적용되는 말이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복지가 아닌 위기에 처한 가정에 시의성을 놓치지 않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 사실조사 기간은‘출생 미등록 아동 신고기간’이 함께 운영되는 만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도움이 꼭 필요한 위기 가정을 찾아내고, ‘유령 주민’없는 복지도시 대전 서구를 이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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