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한밭도서관장

얼마 전 한밭도서관에서 추진하는 독서문화행사를 소개하기 위해 한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람들이 점점 더 책을 읽지 않는데, 그럼에도 책이 왜 필요하고 독서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일은 중요도와 긴급도에 따라 구분한 네 가지 범주 중 하나에 해당될 것이다. 긴급하고 중요한 일,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독서는 어떤 범주에 속하는 것일까. 순간,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점점 더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이제 더 이상 독서가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최근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가 ‘문해력’이다. 어떤 이는 문해력이 기업과 개인에게 요구되는 생존능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생존능력이기도 한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생각이 만들어지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삶이란 크고 작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도 있으니 문해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독서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안도현 시인의 말을 빌려 책이 왜 필요하고 독서가 왜 중요한지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나무생각, 1999)이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시를 읽어도 세월은 가고, 시를 읽지 않아도 세월은 간다. 그러나 시를 읽으며 보낸 사람에 비해 시를 읽지 않고 보낸 사람은 불행하다. 시 읽기가 새롭고 다양한 세계에 대한 하나의 경험이라면, 시를 읽지 않은 사람의 경험은 얕아서 찰방거리고 추억은 남루할 테니까 말이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어떤 선택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가 기준이 될 때가 많다.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독서를 선택해보면 어떨까. 책이 왜 필요하고 독서가 왜 중요한가? 라고 묻는 이들에게 시인의 문장 속 ‘시’라는 단어를 ‘책 혹은 독서’라는 단어로 바꿔서 낭독해 보시길 권한다. 책을 읽어도 세월은 가고, 책을 읽지 않아도 세월은 간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보낸 사람에 비해 책을 읽지 않고 보낸 사람은 불행하다. 독서가 새롭고 다양한 세계에 대한 하나의 경험이라면, 독서하지 않은 사람의 경험은 얕아서 찰방거리고 추억은 남루할 테니까. 이제 여러분이 선택할 차례다. 자신의 추억 바구니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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