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 계획한 일과 주어지는 일을 반복적으로 처리하며 지낸다. 특히 계획하지 않은 일은 수시로 발생하고 순서도 없으며 대처할 시간도 충분치 않아 당황스럽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여러 자기개발서(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외)를 보면 일의 중요도와 긴급성에 따른 메트릭스 상의 위치를 확인하고 중요한 일부터 순서를 정해 처리할 것을 권고한다.

물론 성공적인 삶과 조직을 위해 처리할 일의 순서를 정해 합리적으로 실행해야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일의 순서를 정하기도 전에 긴급하고 복잡한 일이 빈번하게 생기고 개인과 조직의 일이 뒤섞여 발등의 불부터 끄게 되면 결국 자기개발서의 제안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어느 조직이든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업무에 대한 할당(업무분담)을 하는데 조직과 개인의 역량에 기반하여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정한다. 이는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제한된 자원과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로 실적과 예측한 일에 기반해 작성하게 된다. 요즘처럼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확장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는 미리 정한 업무 분담으로는 새로운 일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이에 대한 사례로 필자는 연초에 인천공항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정부 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결과를 정리해 인적오류(human error)를 예방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효율적 안전관리를 위한 지능형 자율주행로봇의 도입을 제안했다. 항공기가 운항하는 광활한 공항을 인력에 의존해 관리하는 한계와 다양한 업무를 상이한 주체들이 관리하고 향후 기술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시급히 디지털 기술을 통한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이후 관련 부서 담당자와 여러번 제안 취지와 내용을 설명해 개선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했음에도 일은 추진되지 않았다. 이유를 따져보니 새로운 업무면서 다수 부서가 관련되어 업무 분장상 특정 부서나 개인의 업무로 정해져 있지 않았고, 유사 경우에 대한 안 좋은 추억(주도적으로 일을 맡았으나 이후 관련 부서의 비협조와 책임 전가)까지 있어 딱히 주관하겠다는 부서나 담당자가 없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세상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측하는 동시에 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과 기술을 수용하는 제도, 법규 등의 미비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연 우리의 현실은 걸림돌을 없애고 디딤돌을 놓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하딘 교수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할 자원을 무책임하게 남용해 결국 고갈 위험에 처하는 상황으로 설명했다. 그러면 공동으로 해야 할 일을 무책임하게 인식해 서로 미루면서 실행하지 않아 기회를 잃고 손해을 감수하는 상황은 공유업무의 비극인가? 디지털 전환의 범위와 속도가 빠른 혁명적 변화의 시대에는 분리됐던 일들이 통합되고 공동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은 급증한다.

이제 부터라도 이에 대한 명쾌한 대처 방법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제도나 형식부터 시작하기 보다는 공동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고 내부 소통을 통한 유연성 강화가 장기적으로 견고한 디딤돌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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