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선 시인·국제PEN한국본부 충북지역위원회 회장

며칠 전 직장 후배 셋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대화 중 후배가 자신의 지인을 일컫는 말에 "아시는 분"이라 지칭했다. 그 후에도 두세 번 더 그렇게 얘기를 마무리하였다. 나는 "아시는 분"이라 지칭하는 건 "아시는"은 자신을 높이는 것이고, "아는 분"으로 지칭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비단 그 후배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상대를 존칭하는 표현에 오류를 범한다. 그만큼 우리말에는 일반적인 호칭과 존칭어가 구별되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말은 한번 뱉으면 주어 담을 수가 없다’며 삼사일언(三思一言)으로 신중을 기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불과 얼마 전 쏟아지는 장대비에 여러 지방에서 물난리가 났던 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채널마다 뉴스 특보로 전해지는 수해 소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안타깝고 애처로웠다. 특히 궁평 지하차도 침수는 지척의 거리에서 일어난 참사이다. 그런 일이 발생한 것도 기가 막히는데, 단체장들은 무책임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의 가벼운 말이 수재민들과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부모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여교사의 사망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 교사들의 교권 침해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며 애도가 확대되고 있는 시기에 지방 교육계의 수장은 "교사는 예비적 살인자"라는 말을 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물론 공개 사과를 했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야당의 혁신위원장은 "미래가 짧은 분"들이라는 말로 어르신들을 비하 하는 발언을 하였다. 그분들이 전쟁 후 폐허가 된 우리 경제를 일으켜 세운 장본인들이란 사실을 모르는 건지, 궁색한 변명으로 아들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런 아들의 인식을 바로 잡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속담에 "병 주고 약 준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 정치권의 사태를 보면 속담이 너무 잘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소 ‘다정한 말에는 꽃이 핀다.’는 말을 좋아한다. 이왕이면 칭찬하고. 고운 말을 쓰려고 노력한다. 칭찬과 질책을 동시에 해야 할 상황이면 칭찬을 먼저 하고, 질책은 기분 좋은 상태에서 더 부드럽게 한다. 그래야 흡인력이 있는 충고가 된다. 누구나 말실수를 하지만, 유독 정치인들이 질타를 받는 건 사회적 지도자들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대오각성(大悟覺醒)하고 지도자의 자세를 잘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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