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방분권은 국가와 지방이 권한을 나눠 행사하는 것을 말하며 지방자치란 지방분권을 토대로 해 일정한 지역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부담과 책임으로 처리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치분권은 국가와 지방이 권한을 나눠 갖고 지방은 나눠 갖은 권한을 자신들의 부담과 책임으로 국가의 간섭없이 처리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자치분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국가와 지방이 권한을 나눠 갖음에 있어 주민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국가와 지방이 권한을 분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이 과연 어떠한 권한 즉,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와 지방이 각각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첫 번째 기준은 국가적 특성이 강한 기능인가와 지방적 특성이 강한 기능인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분권 이론에 의하면 국가적 특성과 지방적 특성은 획일성 기준, 업무 성질 기준, 전문성 필요 유무, 행정의 효과성 유형, 규모의 경제 유무, 접근성 기준에 따라 구분된다. 두 번째 기준은 국가와 지방의 기능 분담에 있어 재원조달 가능성으로, 지방이 담당하게 되는 기능의 수행을 위한 재원조달은 기본적으로 자체재원 즉, 지방세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와 지방 간 기능 분담에 있어 위와 같은 이론적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될 수는 없으며 그 사회가 속한 역사·문화·지리·사회·경제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사회구성원과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특성에 비춰 지방이 수행해야 할 기능은 어떤 것이 돼야 하며, 특히 주민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어떤 기능을 지방이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법 제11조의 기능배분의 기본원칙을 통해 국가와 지방 간 기능 분담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13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해야 하는 기능을 예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배분의 기준이 분권 이론에 입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기능배분에 있어 지방의 재원조달 능력, 즉 재정여건이 그 기준이 돼야 함에도 현재의 기능배분이 지방의 재정여건을 감안하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최근 기능이양의 대상이 되었거나 진행 중에 있는 경찰, 소방을 비롯해 교육, 재난, 환경 등 분야의 기능이양의 과정에 분권 이론도 우리만의 특성도 반영되지 않은 채 이른바 선진국에서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정도의 논리만이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이러한 형태의 기능이양을 통한 자치분권의 추진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치분권의 추진을 위한 기능이양에 지방자치단체도 주민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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