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춘추전국시대 병법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재난·재해 상황에 걸맞은 말이다. 이번 장마철 전국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사흘간 퍼붓기도 하고, 밤중에 국지적으로 호우가 집중되는 등 예측하기 힘든 폭우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대전시 행정부시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7월에도 대전에는 시간당 100㎜에 이르는 폭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에서 28세대가 침수되고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래 저지대인데 산에서 내려온 토사와 잔가지가 하수관을 막고 갑천의 하상고가 높아져 유수가 역류해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부시장으로서 정림동 일원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해 총 420억 원 규모의 재해예방사업을 실시하는 등 행정안전부 예방안전정책관으로 근무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살려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올해 7월, 2020년 강수량을 뛰어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본인은 행정부시장에서 서구청장이 됐다. 폭우로 인한 재난·재해 예방에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지난 14일 오후 폭우로 인해 만년교가 통제되자 직접 현장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현장을 찾아 문제 발생 방지에 집중했다. 17일에는 정림동 수해 지역을 방문해 긴급 복구와 추가 피해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재난 발생 전에도 현장을 찾아야 한다. 재난 예방을 위해서는 현장에 적합한 예방사업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행안부 예방안전정책관 근무 시절 현장을 자주 가서 공무원, 토목전문가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로 귀결된다.

서구는 2020년의 사태를 기억하며 침수취약지역의 피해 예방에 힘써 왔다. 정림동 우성아파트 등 공동주택 5개 단지에 지하 주차장 침수로 인한 재산·인명피해를 예방하고자 침수 방지 물막이판을 설치했으며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해 즉각 대응체계를 운영했다. 이러한 대비책과 시민들의 예방의식으로 다행히 서구는 큰 피해 없이 이번 재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오는 10월에는 정림동 서구국민체육센터 옥상에 자동기상장비(AWS)가 설치된다. 현재 대전에 설치된 AWS는 총 4개소로 대부분이 도심 외곽에 위치해 도심지 날씨의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다. 이번 사업으로 보다 정확한 도심지 기상 측정 및 정림동 수해 대비 효과가 기대된다. 폭우에 대비하려면 강수량과 피해 가능 지역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비의 양과 시간대를 분석해 이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고 취약 지역에 대한 정보와 안전관리 수칙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또한 이전 수해의 원인분석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대책으로 위태롭지 않고 안전한 서구의 내일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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