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채무자인 지인이 형제들과 유류분을 두고 다투는 중으로 알고 있는데 저를 의식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경우 채무 변제를 위해 제가 대신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이 유류분이라면 채권자는 소송을 대신해서라도 채무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은 채무 관계있더라도 채권자가 대신 제기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채무 관계에서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면 재산에 관한 채무자의 권리를 채권자가 대신 행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채무자에게 유류분권이 있다면 채권자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대신 제기해 채무를 해결하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류분청구권은 채무자가 권리를 양도할 것이라는 확실한 의사가 없다면 채권자가 대신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민법에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과 관련된 소송을 대신해 제기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채무자에게 별다른 돈은 없지만 유일한 재산이 전세보증금인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세입자인 채무자가 채무를 갚지 않을 목적으로 집을 빼지 않았다면 집주인을 대신해 명도소송(집을 집주인에게 반환시키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반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은 사정이 다르다. 유류분청구권은 유류분권자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로 채무자인 유류분권자가 채권자에게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지 않는 이상 유류분청구권은 결코 대위 될 수 없다.

법률에서는 이를 일신에 전속하는 권리, 일신전속권이라고 한다. 일신전속권이란 특정한 권리 주체만이 향휴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신전속권에서 규정한 특정한 권리 주체는 자기 자신이나 본인이 사망했을 때는 그의 상속인을 의미한다. 일신전속권은 무엇보다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게 판단되고 유류분청구권은 일신전속권에 해당하는 권리다. 채권자의 대위권을 규정한 법률에서도 채무자의 일신전속권에 해당하는 권리는 대신하여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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