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재 이응노미술관 관장

고암미술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파리 이응노레지던스는 매년 8월부터 10월까지 3명의 대전출신 작가들을 프랑스로 파견한다.

프랑스 파리 근교 보-쉬르-센(Vaux-sur-Seine)에 위치한 고암문화유적지 내 레지던스에 입주하여 유럽의 미술 현장을 탐방하고 미술 관계자들에게 직접 작업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과정을 통해 대전과 파리가 예술을 매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전시진행과 이응노미술관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취임후 처음으로 유가족과 업무협의를 위해서 파리로 향했다.

6월 29일 파리로 가는 인천공항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더욱 세차게 내려 결국 1시간 정도의 연착 끝에 14시간 만에 파리 도착했다.

다음날 고암 선생님께 인사드리기 위해 페르 라쉐즈 묘지로 향하면서 동행한 이응노미술관 연구원 한명이 보쉬르센(Vaux-sur-Seine)의 뜻에 대하여 설명했다.

Vaux는 마을 이름, sur은 강, Seine은 센강을 이라는 뜻이 모여 보쉬르센 즉, 센 강 근처의 보 라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1960년 고암 57세에 처음으로 파리 땅을 밟았고 1989년 86세의 나이로 별세해 이곳 라쉐즈 묘지에 안장됐다. 파리 20구 초입에 페르 라쉐즈는 유명한 공동묘지 그 이상의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쇼팽(Chopin),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프루스트(Proust), 짐 모리슨(Jim Morrison), 화가 들라크르(Delacroix), 모딜리아니(Modigliani)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 묻혔다.

한적하며 특별한 상념에 잠길 수 있고, 숲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장소에서 고암을 만나 특별한 감정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니 이 엄숙하면서 평온함은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까?

백 년이 더 됨직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앞으로 다가올 여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고엽(故葉)이라는 노래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영화배우로서 이름을 날린 이브 몽땅의 라쉐스 묘비에 새겨진 ‘시간은 흐르나 추억은 남는다’처럼 보쉬르센에서 지낸 지난여름, 작가들의 시간과 추억은 2023년 9월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는 ‘보쉐르센의 여름’이란 전시회로 만날 수 있다.

‘보쉐르센의 여름’ 이라는 타이틀로 그동안 보쉐르센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에 참여한 3기부터 7기 대전 출신 중견, 청년 작가들 15명이 참여하는 전시회로 이응노 미술관에서 9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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