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란 수필가

▲ 강미란 수필가
▲ 강미란 수필가

프로이트는 "인간의 욕망은 결핍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삶이 지속되는 동안 끊임없이 욕망을 채우려 한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그러기에 결핍을 채우려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며 사는지 모른다.

15평 소형 아파트를 장만하던 날, 꿈인지 생시인지 잠 못 이루었다. 경차를 구입해 첫 시승을 하던 날 백설 공주가 마차를 탄 것처럼 행복했다. 남편에게 작은 선물을 받을 땐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자였고, 딸이 첫 아르바이트로 사준 지갑을 받을 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였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과 충만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또 다른 것을 원하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갖고 싶었다.

생물학적 필요를 의미하는 욕구를 언어로 표현한 것이 요구이다. 욕망은 요구로부터 욕망을 제외한 부분의 결핍이다.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결핍을 의미한다. 그래서 욕망은 늘 하나가 채워지면 또 다른 것을 갈망하게 한다.

TV를 켠다. 드라마 속 여자가 명품 가방을 들고 우아하게 걷는다. 완벽한 외모와 지성미를 갖춘 여자는 대학 강의를 위해 건물로 들어간다(중략). 강의를 마친 여자는 벤츠를 타고 자기 집 펜트하우스로 향한다. 화면 속 여자와 나는 어느새 동일화되며 부의 상징인 명품을, 사회적 지위를, 경제적 풍요로움을 욕망한다.

르네 지라르는 "인간이 가진 욕망은 모두 모방 욕망이고 그 대상은 언제나 제삼자가 지시한다."고 했다. 인간의 욕망은 자연발생적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다. 나의 욕망은 그 여자가 든 명품 가방, 지성미, 안정된 직업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을 가진 그 여자를 모방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라캉은 이러한 현상을 "내가 원하는 욕망이 아니라 타자에 의해서 주입된 욕망."이라 한다. 이타적인 삶, 미니멀리즘의 추구,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는 일도 또 다른 타자의 욕망이 아닐까 생각이 닿는다.

욕망은 신기루이다. 목표가 이루어지면 또 다른 욕망을 찾아 나서게 한다. 타인이 나의 욕망을 부추기며 더 많은 것을 갖추고, 소비하고, 삶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진정한 자신을 만난다. 그래서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욕망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욕망이 없는 삶은 희망이 없는 삶인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욕망은 보다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중요하다. 다만‘욕망의 늪에 빠지지 말자’의식하며 살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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