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두드리는 우산 소리를 뒤로 하고 실무교육을 받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드는 동료건축사 무리 속으로 빠져든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차 한잔을 들이키고 교육을 받는다. 매 년 실시되는 교육을 통해 실무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스스로 자질을 개발하고자 노력하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것이 때론 자랑스럽기도 하다.

최근의 건설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붕괴 사고에 대한 분석과 시공관리에 대한 강의를 통해 붕괴의 주요 원인과 추후 관리 방안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언론에서 보도했듯이 총체적 부실 그 자체였다.

구조설계에서 전단보강근을 누락했고, 조경 토사를 설계보다 2배나 높게 쌓아 무리한 하중을 가했으며 콘크리트 강도 부족과 품질이 불량상태인데다 감리단계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량판 구조에서 기둥의 크기만큼 배근의 치밀함도 중요한데 LH에서 분리 발주한 구조기술사사무소에서 전단보강근을 누락했다는 것은 오랫동안 우려했던 ‘구조설계 사고’라고 본다.

현재 전국의 구조기술사는 겨우 1000여명으로 18000여명의 건축사를 상대로 구조설계 용역을 하고 있고 현장의 관계기술자 협력 업무와 건축물 철거 해체 계획, 구조 감리, 안전 진단 등 과부하라고 느껴질 정도의 업역을 가지고 있다.

건축설계 일정에서 구조설계와 견적 용역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어 전체 일정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로 인근 세종시에는 건축구조기술사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필자는 건축사로서 지난 5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에서 발표한 결과와 관련하여 ‘설계오류’라는 광의적 표현이 매우 불편했다. 일반적으로 설계라고 하면 대부분 건축사사무소로 인지하게 되어 있는데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정확하게 구조설계 오류라 알려줄 필요가 있다.

건축은 구조, 기능, 미의 3대 요소를 가지고 공간과 형태를 디자인하는 종합예술이다. 건축사는 관계 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건축의 완성을 위한 설계를 하는 마스터플래너로서 전반적인 건축을 지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전문가이다.

하지만 최근의 각 업역의 분리발주로 인해 아무 대가도 없는 코디네이터로 전락한 상태로 과중한 업무만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각 업역을 존중하면서 그 역할에 대해 분명한 범위를 설정해야 할 것이며 그에 따른 업무 대가를 정상화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정확히 인지하고 빠르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함께 사는 사회가 행복해지기 위해 각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이상적인 미래를 완성하기 위해서 오늘의 처절한 반성과 자각,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여전히 수고하고 있는 동료 건축사와 관계 기술자들께 사랑을 담아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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