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배 청운대 공연기획경영학과 교수

박정배 청운대 공연기획경영학과 교수
박정배 청운대 공연기획경영학과 교수

갈등이 사회 곳곳에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다. 몇 해 전 갈등 협상 자격 과정을 수학한 바 있다. 그때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갈등(葛藤, conflict)이란,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자의 합성이고, 영어 표현은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con(함께)과 ’fligere(충돌)‘의 합성어란 점이다. 칡과 등나무는 같은 콩과 식물에 속하는 덩굴 식물로서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뻗어 자라지만 감는 방향이 달라 같은 장소에서 자라면서 서로 감아 올라가 떼어내기 어렵게 된다. 즉, 복잡한 얽힘을 통해 일이나 사정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상황을 의미하게 되었다.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갈등이란 개인과 집단 사이의 목표나 이해관계의 차이로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관리하고 해소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이고 순기능의 역할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갈등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토마스 셀링은 갈등 전략은 3가지 이유에서 흥미를 유발한다고 말한다. 첫째 우리는 언제든 갈등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 갈등 상황에 있는 당사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셋째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그들이 행동에 영향을 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 전략에서 근본적으로 협상, 조정, 중재라고 보는 대안적 갈등 해결방안이라는 견해를 취한다. 이 방법에서 협상 과정을 보면, 갈등에만 몰두하거나 공통이 관심사에만 치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갈등으로 둘러싼 이해가 상충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양측이 서로에게 중요한 가치를 크게 다치지 않는 결과를 끌어내려는 의도가 서로에게 있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다. 갈등을 통해 개인 및 조직의 문제점을 드러내어 통합과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침체한 조직 및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의미 있다. 최장집 교수는 갈등의 기능에 대해 갈등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갈등관리 해결은 기본적으로 갈등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해결의 대상으로 보고, 근본적 해결을 지향한다. 조정, 합의형성 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갈등 해결 과정에서 의해 해결 혹은 예방하는 것이다. 갈등관리에서 갈등을 관리할 힘 혹은 권위가 중요하지만, 갈등 해결 시스템에서는 전문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핵심을 이룬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효과가 검증된 전문적 갈등 해결, 예방 과정을 조속히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협상, 중재, 조정기능을 도입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 양성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 운영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갈등 때문에 직간접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을 최소 82조 원에서 최대 246조 원으로 추산했다. 요즘 전 세계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적 갈등을 넘어 경제적, 지역적 갈등, 성별 갈등과 세대 갈등까지 그 어느 때보다 갈등으로 인한 문제를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시기일지 모른다. 갈등이 관념화되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혹은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정책적으로 갈등을 관리하는 타이밍이나 흐름을 놓친 것은 아닌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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