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기술창업실 책임연구원

지난 7월초 정부는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의 20% 삭감하는 방안을 지시했다. 정부의 취지는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R&D 국제협력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공동연구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나랏돈이 31조원이다. 이는 국가 예산(638조원) 대비 5%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인데, 약 6조원의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를 올리는데 투자하느냐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화두인 첨단 과학기술, 도전정신, 혁신 성과 등을 고려해 볼 때,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생각난다. 우리에게도 R&D 예산 재조정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콜럼버스)이 글로벌 혁신기업(신대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즉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의 원동력인 첨단기술과 핵심인력, 정부지원, 비전·철학을 하나로 결집시켜 중소벤처기업에 쏟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신대륙과 같은 글로벌 혁신기업 탄생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첨단기술 측면에서 중소벤처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 지원을 25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원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5개 출연연별 10개 유망기업을 선정하여, 5년 정도 집중지원을 한다면 이중 최소 몇 개 기업은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탄생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출연연별 ‘패밀리기업 지원제도’라는 느슨한 형태의 기업지원이 아닌, 출연연 핵심 미션이라는 개념을 통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이 요구된다.

둘째, 핵심인재 측면에서 정부?출연연?대학은 인력양성 뿐만 아니라 핵심 연구인력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출연연이나 대학은 중소벤처기업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찾아가서 해결해 주는 고급인력 파견 제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출연연 및 대학 근무 10년마다 1년 이상 기업 현장파견을 의무화하여, 혁신기술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셋째, 비전 및 철학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중소벤처기업이고, 중소벤처기업이 살아야 초일류 국가진입과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이 국정 최우선이어야 할 것이고, 혁신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규제혁파가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대기업보다 혁신형 중소벤처기업에 고급인력이 몰릴 수 있도록 형평성에 어긋나더라도 대놓고 지원해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세금, 주거 등)를 제공해 줘야 한다.

이달 초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나스닥 7대 기업의 시총이 11조 달러로 독일 GDP(4조 달러)의 약 3배, 우리나라 GDP(1.8조달러)의 6.1배에 이르렀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기업 모두 혁신을 지향하는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누구도 쉽게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달걀을 깨뜨려서 세운 콜럼버스 달걀처럼 우리 역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만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여 대항해의 새 역사를 썼듯이 중소벤처기업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R&D 예산의 상당수가 직·간접으로 기업 현장에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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