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영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행정민원팀장

잠깐만 서 있어도 목 뒷덜미가 뜨겁다. 내리쬐는 햇볕에 살갗이 따가울 정도이다. 보행신호등은 빨간색이다, 초록불로 바뀔 때까지 땡볕에 서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곳은 거의 모든 보행자가 신호등이 없다는 듯이 지나다니는 곳이다. 하물며 지금은 도로포장공사로 인해 더욱 투명신호등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팀장님, 빨간불인데요" 횡단보도로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동행했던 직원이 필자에게 말을 한다. ‘얘는 참 더운데 차도 안 오고…’ 입 밖으로 나오려는 마음의 소리를 겨우 삼킨다.

신독(愼獨)은 글자 그대로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간다는 뜻으로 대학과 중용에 나오는 말이며 퇴계이황선생과 백범 김구선생의 좌우명이기도 한 가르침이다.

자신의 그림자에게도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잠자리에 덮고 자는 이불에게도 후회됨과 창피함이 없어야 한다. 이는 스스로에게 창피함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니, ‘신독’과 ‘청렴’은 맞닿아 있기도 하다.

청렴의 중요성과 청렴을 위한 노력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우암동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청렴의 생활화와 자율적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청렴한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루한 글자 대신 재밌는 영상을 통한 청렴 영상교육, 내부전산망의 청렴자가학습 기출문제를 활용한 청렴퀴즈, 청렴문구를 새겨놓은 텀블러를 활용한 청렴한 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청렴텃밭 가꾸기, 청렴화분 설치 등을 통해 주민과 함께하는 청렴 문화 확산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이면 청렴하고 깨끗한 우암동이 될 거라 믿는다.

공무원이며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필자는 일상에서 늘 탐욕 없는 마음과 바른 행실(청렴(淸廉))을 강요받으며 살고 있다. 특히 엄마가 된 이후로는 아이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내 행동이 아이의 본보기가 된다는 두려움으로 더욱 조심하며 마음을 다잡으며 살고 있다. 그래도 가끔씩은 멈칫멈칫할 때가 있으니, 바른 행실과 탐욕 없는 마음으로 살기는 어려운 일인가 보다. 아이든 직원이든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보는 눈이 있으니 약간의 가식을 더해 조심조심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지키기 어렵고 몸이 고되면 흐트러지는 것도 사실이다.

날은 여전히 뜨겁다. 습도가 더해져 후텁지근하기도 하다. 오랜 기간 공사 중이던 도로의 공사는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 덩달아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본래의 제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신호등을 못 본체 지나가고 있다.

주변 신호등과의 순서를 속으로 셈하며 초록불이 들어오는 신호등에 맞춰 길을 건너간다. 멀리서부터 뜀박질을 하기도 한다. 땡볕에 신호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다. 빨간불에 아무렇지 않게 건너기도 힘들다. 청렴과 신독을 소소하게 지킨다. 직원과 횡단보도를 건넌다 해도 이젠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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