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우 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예부터, 사람들은 삶이 힘들고 팍팍할 때면 전통시장을 찾곤 했다. 흥겨운 노랫소리와 함께 현란한 가위질을 뽐내는 엿장수 아저씨를 볼 때면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거닐며 다양한 주전부리를 맛보고,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시장 쉼터에 앉아 안부와 소식을 나누며 다양하고 시시콜콜한 서로의 이야기를 안주 삼아 회포(懷抱)를 풀었다. 이처럼 먹거리와 볼거리가 다양한 전통시장에 가면 눈이 즐겁고 마음이 설렜다.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백화점, 대형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이 상품을 구매하면서 사람 간의 정(情)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같이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일수록, 이웃의 정(情)을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상인들의 고령화, 시설 노후화 등으로 새로운 소비층인 MZ세대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소비트렌드도 e-커머스(전자상거래)로 이동하고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전통시장에 온기(溫氣)를 불어넣기 위해서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舊)시가지에는 커다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지붕이 있다. 바로 ‘산타 카테리나 시장’의 지붕이다.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오래전 불황으로 인해 폐업의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시장상인들이 힘을 모아 시장을 리모델링하고 현대화한 덕분에 지금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적인 건축물,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인들이 오랜 삶의 터전인 시장 살리기에 뛰어들면서 망해가던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살아난 것이다.

이에 산타 카탈리나 시장과 같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 정부도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지원제도가 중소벤처기업부의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이다. 2008년부터 지원된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은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연계해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고객까지도 시장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올해 충남지역에는 보령중앙시장, 태안서부시장, 온양온천시장 등 8개의 전통시장이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노후화된 고객쉼터 구조물을 리모델링하고 시장 내 현대식 푸드라운지를 조성해 밝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장르의 문화공연으로 맛과 멋, 흥이 있는 특화장터 운영 등 온 가족이 전통시장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소비패턴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전통시장은 당연히 줄어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전통시장에는 각 지역의 고유한 전통과 역사를 온전한 가치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전통시장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지역주민, 시장상인,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 주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주민의 관심, 시장상인의 변화, 정부의 지원 등이 한 군데에 모여 충남 전통시장이 스페인의 산타 카탈리나 시장처럼 발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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