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선 시인·국제PEN한국본부 충북지역위원회 회장

장마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국지성 폭우로 인하여 아까운 생명을 잃기도 하고. 이른 봄부터 애써 가꿔온 농작물이 큰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또한 도심의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이 침수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에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개발이란 명목 아래 환경 파괴로 인한 인재가 더 많다는 사실에 걱정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인간이 저지른 난개발에 인간이 피해를 보는 자본주의 병폐가 가져온 돈의 위력 앞에 나약해지는 세상사가 서글퍼지곤 한다.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전국의 도로와 공항이 휴가를 떠나려는 인파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휴가를 떠나기 전에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안전 수칙을 먼저 확인하고 준비하면 위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93년 10월 서해 훼리호 사고가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기상 상황은 여객선이 출항하면 안 되는 날씨였고. 초과 인원 승선과 무리한 기기 조작이 사고 원인이었던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꼽히고 있다. 탑승자 362명 중 292명이 사망자였다.

그중 한 명이 후배의 남편이었다.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30대 초반의 젊은 가장으로 직장 동료들과 야유회를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돌이 지나지 않은 아들과 세 살짜리 딸을 두고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홀로 남겨진 후배는 전셋집과 사고 보험금으로 살림을 꾸려 갔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빠의 부재와 경제적 빈곤을 실감하며 심한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 그러다 한 부모 가정에 지원하는 미용 기술을 배우고 미용사로 거듭나며 안정을 찾았고, 자녀들도 서른을 넘긴 청년이 되어 직장인으로 자기 역할을 잘하고 있다.

어이없는 인재로 세상을 떠난 젊은 가장도 안타깝지만. 남겨진 가족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모두 지켜본 입장에서 돌이켜 보면 측은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욕심이 남매에게 평생 아빠를 불러볼 수 없게 죄를 지은 것이다.

자녀들이 가정을 이루면 아빠의 멘토 역할을 누가 해줄 수 있을까? 아빠의 사랑을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우리 기성세대가 모두 멘토가 되어야 한다. 다시는 그런 죄를 지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휴가철을 앞두고 다시 한번 안전 수칙을 점검해 보자. 재해 재난이 없는 여름 나기를 위하여…!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