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범 버네이즈 아마존출판대행 대표

▲ 한 승 범 버네이즈 아마존출판대행 대표

몇 년 전에 작정하고 박경리의 ‘토지’를 읽었다. 첫 장부터 흥미진진해서 쉬지 않고 총 21권을 완독했다. 책 한 권당 최소한 한 번씩 온갖 형태의 눈물을 쏟아냈다. 감동과 더불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생겼다. 솔직히 세상에 천성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악한 인간이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깨달았다. 단언컨대 박경리 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10인 중 한 명이다. 솔직히 나에게는 세계 1위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 덕분에 이민진의 ‘파친코’,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한국 소설들이 더 많은 외국 독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작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한국 작가들이 일본에 비해 현저하게 열등한가? 아니면 일본 출판 시장이 한국에 비해 4배 이상 크기 때문에 차이가 생기는가?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태생적으로 스토리텔링에 약한가?

한류는 30여 년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역과 인종의 벽도 허물며 전 세계 주류 사조로 자리 잡았다. 장르도 K팝, 드라마, 영화, 웹툰, 온라인게임 등 영역을 광폭 걸음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그런데 유독 K-출판만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한류 경쟁력의 근본에는 바로 스토리텔링이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작가들의 역량은 세계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왜 출판 분야에서 한류 스토리텔링이 아예 존재 자체가 희미한가?

그것은 한국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한없이 작은 한국 출판 시장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헤겔의 말처럼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한국 작품들을 영어로 대량으로 출판하다보면 곤도 마리에처럼 얻어걸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딸 것 아닌가? 미국인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는 전혀 미인이 아닌데도 미국인에게 동양적인 미인으로 인식되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에는 미국 출판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릴 것 같은 독특하고 위대한 작가들이 많이 있다. 번역과 미국 아마존닷컴 영문 출판, 그리고 홍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우물안 개구리로 남아서는 안 된다. 토지와 같은 위대한 작품을 우리만 보는 것은 하나의 죄악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미국과 전 세계 시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한류의 가장 근원적인 경쟁력이 과연 무엇일까? 왜 전 세계인은 유독 한국 대중문화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글이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위대한 문자가 바로 한글이다. 한글이 없었다면 한류는 존재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 위대한 문자를 100% 이용해서 진검 승부를 하는 것이 출판이다. 나는 확신한다. 한국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과감하게 도전하면 BTS처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성공 사례들이 K-출판 열풍을 이끌 것이다. K-출판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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