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

며칠 전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부당한 합병사건에 대주주였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합병 찬성에 동의한 것에 대해 한국정부가 미국의 헤지펀드 사인 엘리엇에게 690억원을 배상하고 여기에 소송비용, 지연이자 등을 합해 13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국민연금은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된 복지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국민의 노후 버팀목으로 기금이 개인의 자산보다 더 소중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망각하고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손해가 필연적임에도 자문기구의 권고나 시민사회진영의 반대, 공단 내부의 분석결과 등을 모두 무시하고 합병에 찬성함해 발생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책임을 물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두 회사 간 합병 찬성은 단순한 기업의 합병으로 가장됐지만, 그 속내에는 삼성 총수 일가의 불법적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을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일이다.

국민연금의 불법적 찬성표를 끌어내기 위해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 일가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재단설립과 관련된 많은 금액을 출연하면서 얻어낸 결과다. 결국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은 삼성 총수 일가의 숙원사업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세습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면서 국민연금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가져와 가입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이번 판정으로 또다시 국민의 혈세 1300여억 원이 낭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편법과 불법을 가능케 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황제경영은 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번 소송에서 법무부가 보여준 대응을 보면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부조직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불법과 편법에 편승한 정책 결정으로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가져왔고 또다시 막대한 국민 혈세가 허비되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청구금액에 비해 7%만 인용되었기에 93%는 승소했다"며 의기양양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건이 발생하던 시기 많은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가 우려하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다. 그렇기에 이번 판정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

먼저 이번 사건은 부당한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지 않으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아도 되는 사고였다. 피해는 국민연금가입자와 국민이 모두 지고 이에 따른 이익은 삼성 총수 일가가 모두 가져가는 것을 국민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불법 승계로 인해 발생한 1300억 원의 배상은 삼성 총수 일가와 사건의 책임이 있는 책임자들이 져야 하며 이를 위한 법무부의 적절한 구상 청구권 행사가 시행돼야 한다.

두 번째로 엘리엇은 2016년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합의하여 지분을 매각하고 관련된 모든 소송을 취하함으로 자신들의 손실을 보상받았음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 중재판정부에 중재 의향서를 제출했고 이에 법무부가 당시 증거자료를 중재재판부에 제출했는데 소송과정에서 제출된 양측의 모든 자료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는 국민의 피해를 통해 재벌과 총수 일가가 그 이익을 취하는 부당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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