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대학교 수탁장교(우간다 육군 대령) 마틴 나후리라 샤봄위(Martin Nahurira Shabomwe)
▲ 국방대학교 수탁장교(우간다 육군 대령) 마틴 나후리라 샤봄위(Martin Nahurira Shabomwe)

[우간다의 전통문화 속에 담겨있는 효문화]

나는 우간다의 육군 대령으로 2023년 현재 국방대학교 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우간다의 전통문화를 통해 우간다 사람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부모를 존중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간다에서 가족은 부모와 자녀를 포함하는 하나의 작은 사회단위로, 씨족 또는 국가라 불리는 사회의 커다란 집단에 속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자녀들은 우간다 전통문화와 종교의 도덕적, 정신적 가치에 따라 부모를 존중해야 하며, 문화적 교리에 따라 부모님을 존경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자녀들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아침 일찍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 개개인 각자 인사드리며, 아침 인사를 통해 자녀들은 부모를 존경하고 부모는 아이들이 잘 잤는지를 확인한다. 자녀들은 부모님보다 일찍 일어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며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하며, 존경의 표시로 무릎을 꿇으며 부모님을 맞이한다.

가족식사 시간에는 전통적으로 자녀들은 바닥의 매트 위에, 부모님은 식탁에 앉는다. 가족모임에서 부모는 자리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자녀들은 앉아서 부모님의 말씀을 경청한다. 또한 삼촌과 이모 같은 다른 어른들도 그들의 부모님처럼 존경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가족 내에서 진행하는 기도를 주도할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하는데, 이는 자녀들이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녀가 친구를 만나러 밖에 나갈 때에는 항상 부모님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하고,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자녀들은 나갈 수가 없다. 10세 이상의 자녀들은 어머니를 도와 집에서 음식준비를 함께 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부모님이 자녀의 배우자를 직접 선택하고 젊은 부부가 출산을 하면 부모님이 손자녀의 이름을 지어주는데, 이러한 문화는 최근 현대화되면서 변화되고 있다.

이처럼 우간다의 전통문화 속에는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기반으로 한 효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효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틀어 문화적으로 이어가야 할 중요한 가치이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현대화 되면서 효 정신 또한 변화하고 있다. 시대흐름에 맞춰 효를 재해석하고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물려주는 것이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중요한 과제이다.

국방대학교 수탁장교(우간다 육군 대령) 마틴 나후리라 샤봄위(Martin Nahurira Shabomwe)

[엄마와 딸의 관계]

몇 해 전, 집 주변을 산책하다가 한 모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초등학교 2~3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특유의 활기를 내뿜고 있었고, 딸아이의 바라보는 엄마는 더없이 인자한 모습이었다. 아이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고 난 뒤, 엄마는 장난스럽게 아이의 모자를 꾹 눌러 씌우고는 웃으며 돌아섰다. 그때, 아이는 엄마를 향해 한 마디 쏘아붙였다. "엄마! 아동 학대로 신고할 거야!"

순간 멍하니 서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니! 저 아이는 엄마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자신을 낳고 기르며 가없는 은혜를 베푼 엄마가 아니라, 자녀 양육의 의무를 진 빚쟁이로 보는 것은 아닐까? 마치 받아내야 할 빚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빚을 제대로 갚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고발하려는 것 같았다.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그 아이의 표정에서 효(孝)에 대한 인식과 실천 의지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이 자신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가정 폭력, 아동 학대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고, 그로 인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동들이 늘고 있다는 현실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교육의 이면에는 부모를 신고의 대상으로 쉽게 치환시켜 버리는 씁쓸한 그늘이 생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효는 ‘부생모육지은(父生母育之恩)’에 대한 보답으로 어버이를 잘 섬기는 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효를 이런 보은(報恩)의 차원으로만 이해하기 어렵다. 인간관계가 보다 다층화되었고,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가족 사이에는 어떤 관계보다 돈독한 유대감이 있어야 한다. 그 유대감의 발로가 현대적인 효의 모습이다.

유대감은 신뢰와 이해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믿음이 있어야 가족 사이에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원만한 관계가 지켜질 수 있다. 효를 행하는 자식의 모습도 다르지 않아야 한다. 부모의 사랑을 믿으며 이해하고, 그리고 가족을 귀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것이 현대사회에 걸맞는 효의 의미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안위를 지킬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족의 올바른 관계와 효(孝)의 의미에 대해 교육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엄마와 딸의 관계가 올바르게 맺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기신 명예기자

▲ [孝툰] 세계 각국의 효문화 인도의 현대 효문화 글·그림 : 전주연
▲ [孝툰] 세계 각국의 효문화 인도의 현대 효문화 글·그림 : 전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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