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 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지난 3년간의 코로나 펜데믹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해외 나들이를 다녀왔다.

여전한 불안감을 마음 한 켠에 밀어두고 내심 편안한 심정으로 여행에 임하고자 했다.

동유럽 3개국(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을 돌아보며 짧은 기간이지만 마음과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엔나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느낀 것은 공공재로서의 도시와 건축이 지역민으로부터 존중받고 우선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유지하는 다양한 요소들, 예를 들면 건축물, 가로, 조경, 바닥재, 그 외 소소한 디테일한 요소들까지 현재의 불편함이나 시대적 요구보다는 존재의 소중함이나 역사적 시나리오를 유지하는 것을 더 의미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시민들도 공감하고 지켜가는 모습이라 느껴졌다.

기반시설을 교체하면서도 예전도로의 사고석을 여전히 유지시키면서 추가로 설치되는 배수구 뚜껑이나 맨홀 등은 도시를 상징하는 문양이나 텍스트를 디자인하여 조화롭게 설치하였고, 간판이나 사인몰은 강력한 규제로 거리환경을 흩트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유지해야 할 것과 새로 만들어져야 할 것들의 밸런스를 충분히 검토하였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건축과 도시를 문화로 인식하는 ‘생각의 힘’이라 생각된다.

현재의 대전시는 각종 공공사업과 민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개발사업의 중심지라 생각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자재비 상승으로 소소한 변경과 지연이 예상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예정대로의 사업이 진행될 것 같다. 염려스러운 것은 기존의 도시와 새로운 사업간의 균형감을 유지하는 ‘약속’이 없다는 것이다.

낙후된 원도심 상업지역에 고밀, 고층으로 들어서고 있는 주상복합 사업이 들이닥치기 전에 도시의 통경축이라도 크게 확보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고층’과 ‘고밀’중에 택일해서 개발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보행권을 위한 세밀한 도시적 검토도 필요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대전시의 중심지인 둔산은 어떠한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지가 30년이 넘어 시대적인 요구에 한참 뒤떨어져 있어 오래전부터 지구단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역 전문가들의 외침을 진작에 귀담아 들었다면 좀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해 새로운 개발사업의 모양새가 기존 시가지와 충돌 없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앞서가는 행정이란 우선, 도시의 정체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민과 지역전문가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의견 수렴의 단계를 거쳐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도시계획과 건축계획의 수립을 이뤄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건축 및 도시를 문화로 인식하는 생각의 힘을 키울 때 우리 대전시는 도시적인 역량을 올바르고 튼튼하게 갖추게 될 것이다. 생각과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그런 ‘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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