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기술창업실 책임연구원

포럼(forum)의 유래는 공공의 광장에서 공공의 문제를 청중과 질의응답하는 형식으로 고대 로마에서 공회가 열리는 장소인 광장을 가리키는 용어였다가, 이후 그 장소에서 벌어지는 공개토론회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게 됐다.

지난 15일,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의미있는 벤처포럼 행사가 개최됐다. 바로 도룡벤처포럼이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도룡벤처포럼은 유성구 도룡동에서 지역의 이름을 따‘도룡벤처포럼’이라 명명했다. 매월 셋째주 목요일 저녁에 개최되는 도룡벤처포럼은 실리콘밸리처럼 창업자와 투자자가 수시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지역창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정부나 지자체 예산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 왔다.

2013년 7월, 첫 포럼을 개최했을 때 포럼 운영진과 발표자, 소수의 관심자만 참여할 정도로 척박했으나, 지금은 초청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참여하는 덕후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간 총 81회 포럼이 개최됐고, 260여명의 패널과 연사, 150여개 기업이 소개됐다. 이를 통해 4개 기업 상장, 4개 기업 M&A, 8개 기업 잠재적 유니콘기업 후보 등 수 많은 기업들이 도룡벤처포럼을 통해 성장했고, 성장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10년을 이어온 도룡벤처포럼과 같이 지역의 네트워킹을 꾸준히 유지하고 기술창업 생태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연구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연구개발특구내에는 정부출연연 본원만 16개가 있고, 연구인력은 3만 8995명(2020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런 연구인력들이 기술사업화 생태계 주체로서 활발한 네트워킹이 일어난다면 기술창업 뿐만 아니라 출연연 R&D 역량강화, 지역 벤처기업과의 연계 등 다양한 형태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다.

둘째, 지역 창업 생태계에 확실하게 불을 지필 지역 벤처 투자자금 확대가 요구된다. 대전시가 2024년 초 대전투자청 개청을 목표로 추진 중인데, 구체적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역 기업 금융기관으로서 기존 은행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 서비스가 요구된다. 즉 과학도시·기술창업 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시가 기술기업에게 어떤 형태로 투자를 강화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기술창업 생태계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본다.

셋째, 민간주도의 도룡벤처포럼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 많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지원책도 동반돼야 한다. 서울은 네트워킹할 기회나 포럼 활동이 많지만, 대전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곳은 도룡벤처포럼과 대전벤처포럼 두 곳 밖에 없다. 투자를 위한 포럼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자와 수요자를 위한 포럼, 지역 문제해결 포럼 등 다양한 형태의 포럼이 왕성하게 운영돼야만 진정한 소통이라 볼 수 있다.

인생에서 결정적 도움을 스트롱 타이(아주 가까운 사람들)보다 위크 타이(대충 알고 지내는 사람들)를 통해 받을 때가 많고, 위크 타이(Weak tie)가 많을수록 그 사람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한다.

그 성장 가능성을 100년이 가는 도룡벤처포럼에서 찾아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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