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보령시장

공직사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하는 말 중의 하나가 청렴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 2장 율기(律己) 청심(淸心) 편에서 ‘청렴은 모든 공직자 본연의 의무로써 온갖 선정(善政)의 원천이 되고 모든 덕행의 기본이 된다.’라고 썼다. 이 말은 지금도 타당하고 유효할 뿐 아니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다.

알고 있듯이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법과 조례 등을 통해 청렴의 의무를 강조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그만큼 부정과 부패, 부조리가 여러 곳에서 만연하다는 것의 방증이다.

필자가 다산의 말 중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이 ‘타관(他官)은 가구(可求)나 목민지관(牧民之官)은 불가구야(不可求也)’라는 말이다. 다른 벼슬은 내가 구할 수 있으나 목민관은 내가 하겠다고 구할 수 있는 벼슬이 아니라는 뜻으로, 다른 직업은 사사로이 구할 수 있지만, 공직은 사사로운 마음으로 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간 보령시는 목민관의 자세에 맞는 더욱 청렴한 공직사회를 위해 청렴도 종합계획, 청렴소망나무 만들기, 반부패 청렴 실천 결의 대회, 청렴시민감사관 제도 등의 시책으로 ‘청렴보령’ 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1등급 청렴보령행정’에는 다다르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이에 필자는 2기에 걸쳐 소속 간부공무원 모두와 함께 다산 정약용의 유적지를 둘러보며 성인의 청렴정신 체험과 소양교육을 실시해 내부청렴을 굳건히 다지는 기회도 가졌다.

대다수 공직자는 자신의 본분에 맞게 공직을 수행한다. 공직사회가 와해하지 않고 국민과 시민을 위한 행정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수고와 노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옛날 옷을 입은 채 타성에 젖어 있는 공직자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없는 자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면 권한의 자리에 권력을 앉히고 대가의 취득으로 봉사의 가치를 치환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공직사회 기강은 흐트러지고, 혼탁해지는 사회에서 개인은 타락하게 된다.

2022년 부패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이 부패하다는 응답이 공무원은 3.3%인 반면 일반국민은 38.6%로 공직사회에 대한 부패인식도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공정과 불공정, 공평과 불공평은 스스로 평가하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도 공정하고 공평해야 진정한 공정과 공평이 이루어진다. 청렴은 나의 시선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의해 완성되어 간다.

공직자의 공무는 국민과 시민을 두려워하는 마음,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 올바름을 유지하기 위한 마음이 청렴해지려는 의지와 만나 실천으로 옮겨져야만 비로소 ‘청렴행정’이 이루어진다. ‘청렴행정’이 곧 목민(牧民)이다. 이것이 공직자의 본무(本務)이다.

공직자의 본무를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 목민(牧民)할 수는 없다. 다산은 당시 유배의 몸이라 시행할 수 없는 처지이기에 마음만 가졌다는 뜻으로 목민-심서(牧民-心書)라 이름 지었다. 애절하게 느껴진다.

현재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목민심(牧民心)이 아니라 목민행(牧民行)이다.

시민에게는 반듯한 행정으로, 부패에는 단호하고 차가운 ‘청렴보령’으로 가는 길은 낯설고 험한 길이 아니라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맑고 투명한 길이다. 그 맑고 투명한 길로 가는 이정표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묵묵히 실행하고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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