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논산계룡금산)

2023년 1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 언론사의 신년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자, 선거제 개혁이 새해 첫 정치권 화두로 급부상했다. 훨씬 이전부터 민주당 내 몇몇 의원들과 함께 ‘한국정치 이대로는 안된다, 선거제도 바꾸자, 국민 닮은 국회로 가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선거제 개혁은 늘 정치권과 국민 관심사에서 멀리 있었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수면 위로 올라오자, 민주당 내에서는 우리가 늘 외치던 선거제 개혁이었는데 이슈 선점에 밀렸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선거제 개혁이 정치권과 국민 관심의 중심으로 들어왔으면 된 거다. 그게 개혁의 출발이다. 

그 후로 국회 안팎에서는 선거제 개혁을 두고 활발한 논의들이 이어져 왔다. 143명의 여야 의원들이 함께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만들어졌고, 지난 4월에는 19년 만에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렸다. 5월에는 국민 500명이 모여 숙의토론하는 공론조사도 이뤄졌다. 의원, 전문가, 국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자리들이 꾸준히 열리고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도 여러차례 진행되어 그 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러나 총선 1년 전인 4월 법정시한까지 선거법 개정하자는 초기 목표는 이미 이루지 못했고, 여야 입장차는 여전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이슈들이 끊이지 않는 국회라지만, 국민 80% 이상이 바라는 선거제 개혁이 이토록 지지부진한 이유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의지 부족에 있다. 국회는 아직도 이 승자독식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했다. 

2003년 12월 17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에 ‘정치개혁 입법’ 관련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지역구도로 인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가 뿌리내릴 수 없었습니다. 말로는 ‘초당적 협력’, ‘상생의 정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발목잡기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습니다...낡은 지역대결 구도만 해체되면 국회와 대화하고 타협하고 설득하고 양보하면서 얼마든지 생산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소신입니다...한 선거구에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고수한다면 특정지역, 특히 영·호남에서 하나의 정당이 의석수를 대부분 차지하는 기형적 결과를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지역주의 타파 문제만은 당리당략이나 의원 개인의 이해관계를 털어 버리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심사숙고해서 결단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노무현의 편지 이후, 20년이 지났다. 놀랍게도 20년 전 편지에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얘기들이 그대로 다 담겨 있다. 한국 정치의 시계는 20년째 멈춰서 있다.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고, 진영 간 갈등과 대결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국민의 정치불신과 정치혐오는 극에 달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노무현의 꿈,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한 선거제 개혁’이 노무현의 꿈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로 지금이 노무현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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