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홍 ETRI 디지털홀로그래피연구실 선임연구원

▲ 최 기 홍 ETRI 디지털홀로그래피연구실 선임연구원
▲ 최기홍 ETRI 선임연구원

오늘날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다양한 기기를 일상적으로 접하며 살고 있다. 음악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스피커나 이어폰을 통해 매일 즐겨 듣는 노래는 가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낸 목소리를 마이크로 녹음한 것이다. 영상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영화관이나 거실에서 즐기는 스릴 넘치고 감동적인 영화는 영화감독과 스태프들이 함께 카메라를 가지고 장면마다 심혈을 기울여 촬영한 것이다.

홀로그램은 어떤가? SF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현란한 시각 효과와 함께 공중에 생생한 입체영상을 띄우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안타깝게도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3차원 공간에 미약하게나마 홀로그램 영상을 띄우는 디스플레이는 ETRI를 비롯해 세계 곳곳 연구자들에 의해 탄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피커를 위한 마이크, TV를 위한 카메라처럼,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위한 홀로그램 카메라는 무엇일까?

수년 전만 해도 우리가 아는 카메라의 관념에 부합하는 홀로그램 기록 시스템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손으로 들고 다니며 어떤 상황에서나 풀컬러 비디오를 찍어낼 수 있는 카메라인데, 찍은 데이터가 홀로그램인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광원의 제약 때문이었다.

홀로그램은 두 빛의 간섭으로 얻어진다. 두 빛이 간섭하기 위해서는 발사되는 모든 빛이 일정한 물리적 속성을 가지도록 해주는 특별한 광원인 레이저가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물체에 대해서는 레이저를 사용해도 괜찮지만, 여행 중 햇살 가득한 공원에서 가족사진을 찍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외에도 휴대하기 곤란한 시스템 크기, 진동에 대한 취약성, 실시간 촬영 능력 등 다양한 문제로 홀로그램 카메라의 실용화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과 액정 기술의 발전이 기존 홀로그램 기록 시스템을 홀로그램 ‘카메라’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만들어 냈다. ETRI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풀컬러 홀로그램 비디오카메라, ‘홀로캠(Holo-Cam)’을 개발 중이다.

홀로캠은 편광 소자의 조합을 통해 빛의 진폭과 위상 정보가 모두 담긴 홀로그램을 광원의 제약 없이 기록한다. 2차원으로 구성된 홀로그램 정보를 3차원 공간에서 자유롭게 전파할 수 있다.

홀로캠이 실용화된다면 미디어, 의료, 산업현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혁신을 끌어낼 수 있다. 미디어는 더 강력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고 의료는 더욱 정확한 3차원 진단이 가능케 될 것이다. 산업현장도 복잡한 기계의 작동 상태를 직관적 이해나, 3차원 형상 측정을 보다 간편하게 수행해 제품 품질 향상이나 불량 진단을 신속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따라서 홀로캠은 평면을 넘어선 차원의 간편한 시각화를 가능케 하는 첨병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복원된 홀로그램 영상의 품질이 마치 초창기 카메라의 품질처럼 자글자글한 노이즈가 많고 명암의 표현 범위가 넓지 못하다. "시도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더라도 그것은 또 하나의 전진이기 때문에 나는 용기를 잃지 않는다."라고 한 토머스 에디슨의 말처럼, 모든 실패를 딛고 한발씩 전진하다 보면 어느새 ‘홀로캠’이 미래를 손에 쥔 혁신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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