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누군갈 뽑는 일은 중차대한 일이다. 우리를 대신할 ‘대표’를 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다. 그래서인지 민주주의 꽃이라 불린다. 그런 중요한 선거를 관장하는 사람들은 공명정대해야 한다. 사람들의 ‘결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정에는 희망이 담겨있다. 그 결정에는 미래가 달려있다. 그렇기에 선거와 국민투표를 관장하는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들은 선거의 심판과도 같다. 그들은 누구보다 날카로우며 깐깐하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선관위는 제법 무서운 존재였다. 선거 때도 무시무시한 존재지만 선거가 끝나도 그랬다. 그들의 고발에 수많은 단체장은 자리를 반납했다.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없이 많은 표를 받고 당선됐다 한들 ‘선거법’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관련해 기소된 현직 단체장·지방의원은 134명이다. 당선되지 않은 후보들까지 합하면 1400여 명에 달한다. 선관위의 눈은 예리해야 했고 손은 정확해야 했다. 그런 선관위가 제 몸이 썩은 건 몰랐다. 선관위의 칼은 바깥으로만 향했다.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고위 간부들의 자녀들이 선관위에 특혜 채용됐다는 것이다. 현재 의혹 사례만 해도 11건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어느 간부는 자식 채용의 ‘최종 결재자’였다. 그냥 아빠가 자식을 뽑은 셈이다. 어느 간부는 전화 한 통으로 자식의 채용을 결정지었다. 심사위원들은 만점을 주었고 최종 합격했다. 채용이 끝이 아니다. 자식이 승진하는 데 힘을 썼던 아빠도 있었다. 이 모든게 ‘아빠 찬스’다. 그들은 아빠를 잘 만났단 이유 하나로 채용됐다. 그 자리가 간절했던 청년들의 눈물을 짓밟고 그 문을 통과했다.

☞선관위의 특혜 논란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리고 서러움도 느껴야 했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든든한 ‘빽’이 되어주지 못하는 부족한 부모란 생각 때문이다. 한편 자식들은 박탈감을 느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게 있었다. 스펙을 쌓기 위한 세월도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특혜조차 부러운 마음은 부모에 대한 죄책감이 됐다. 선관위는 감사조차도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다. 그리고 이런 의혹에도 감사원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여전히 권력을 내려놓지 못한 셈이다. 신뢰 잃은 선관위에겐 자성만이 살 길이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선거’를 관장하는 선관위가 ‘천거’를 일삼아서야 되겠는가. 이러다 ‘천관위’라 불릴지 모를 일이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