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희 하나은행 아산금융센터지점 VIP PB 팀장

고객과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많이 물려 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장자 상속’이 관습법으로 인정되던 1960년 이전까지는 장남이 부모가 남긴 재산의 전부를 상속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 민법 개정을 통해 장남의 상속 지분 우대는 폐지되고 모든 자녀들은 동일한 상속지분을 인정 받게 됐다. 따라서 요즘에는 장남에게 우선 재산을 물려 주고 싶어하는 분들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최근에 상담 내용을 보면 꼭 장남이 아니더라도 평소 부모를 각별하게 모시고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가족에게 재산의 일부를 상속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요즘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이란 상속을 하는 사람이 예금, 채권, 부동산 등 자산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금융회사가 계약에 따라 상속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에도 유언 제도가 있어 상속 재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유언은 매우 엄격한 형식성을 요하기 때문에 만약 그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 효력에 대해 사후 상속인들 간의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했다. 반면 2012년 신탁법개정으로 도입된 유언대용신탁은 보다 안정적이고 다양하게 상속을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가입자가 생전에는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 등을 안정적으로 수령할 수 있고 사후에는 본인이 지정하는 수익자에게 그 재산이 이전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입자는 언제든지 계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해지 할 수 있으며 그 대상도 가족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나 특히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반려동물 등을 위한 유언대용신탁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유언대용신탁도 가입에 앞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신탁회사에 대한 일정한 보수가 발생하게 되는데 보통 위탁자의 사망 시점까지 계속되는 계약이다 보니 신탁 기간이 길어지게 되므로 가입 전 수수료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법적상속인과의 유류분 문제 등 법률적인 측면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설계 전 충분한 전문가 상담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사전에 점검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각 금융기관들은 전담부서를 만들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변호사 및 세무사 등 전문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가족간의 상속으로 인한 분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의 진입을 코앞에 둔 지금 자산을 효과적이고 안정되게 이전하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100세 시대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현명한 자산 이전과 함께 행복한 미래도 설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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