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세종시 보건소장

예로부터 ‘치아는 오복(五福) 중에 하나’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정작 오복을 규정했던 유교 문헌에는 치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대신 ‘오래 사는 것’과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이 오복에 들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할 터이니 자연스레 치아 건강을 중요하게 여겼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비장애인에 비해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동의 제약으로 치과 방문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웬만한 동네 치과에서는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예컨대 진료를 위해 눕는 자세조차 어려울 수 있으며, 청각장애로 소통의 어려움도 생긴다.

발달장애인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소리에 예민하여 진료 과정에서 심한 저항을 보이기도 한다. 중증 장애인일수록 기본적인 진료 인력 외에 3~4명의 보조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발치, 스케일링 등의 간단한 시술에서도 전신마취까지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들은 치과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원정을 떠나는 실정이며 이마저도 수개월 이상의 대기로 인해 구강 질환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의 다빈도 질환 1위가 잇몸병이라 불리는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구강검진 수검률도 2020년 기준 17.7%에 그쳐 비장애인보다 8.1%p 낮았으며, 수검자의 43.8%에서 우식치아(충치) 또는 치주질환 소견을 보여 당장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장애인 치과 의료서비스의 접근성과 전문성을 높이고자 각 시·도에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이들 센터는 전문 의료진, 장애인용 치과 유니트 체어(Unit & Chair), 전신마취 시설 등을 갖추고 장애인 환자의 이동 편의성을 고려한 진료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장애유형과 등급, 소득기준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비 중 10~50%를 지원한다.

이제, 세종시에도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들어선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설치 지원사업’ 공모 선정으로, 국비와 시비 13억 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위치는 어진동에 위치한 단국대학교세종치과병원이며, 내년 상반기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써 장애인 치과 진료 및 구강보건 교육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병·의원, 보건소 등과 연계·협력을 통해 장애인 구강관리의 거점 역할도 수행할 수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 인권헌장’에 따라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구강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세종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설치로 ‘모두가 행복한 품격 있는 세종시’ 구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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