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충남본부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대학에 들어갔던 20살 봄, 처음으로 집을 떠났다. 경기 오산에서 충북 충주에 있는 학교를 다니게 돼서다.

필자는 학교 인근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작은 짐을 싸들고 내려간 충주의 모습은 낯설기만 했다. 낯선 곳에 적응하지 못한 신입생의 마음은 항상 집에 있었다. 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갔다가 월요일 아침에 학교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어느 날엔가, 학교 학생회관 앞에 충주시청 공무원들이 나와 있었다. 대학생들의 주소 이전을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 공무원은 필자에게도 주소가 어디로 돼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오산이었다. 공무원은 충주로 주소를 옮기면 이런저런 선물을 준다고 했다. 선물이 꽤나 좋았지만 필자는 결국 주소를 옮기지 않았다. 나에게 충주에 있는 집은 숙소, 오산에 있는 집은 내가 돌아갈 곳이었다. 숙소는 학교를 졸업만 하면 떠날 곳이었다. 그 뒤로 정말 졸업을 하자마자 오산으로 돌아갔다. 충주에는 갈 일이 없었다.

지난 18일 충남도의회에서 충남 내포신도시에 지어질 충남교육청 관사 설계비가 포함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관사 신축은 지난해 계속비 사업으로 도의회 승인을 받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올해 본예산엔 반영되지 못했다. 도교육청은 "출퇴근 거리가 멀고, 지역 순환근무를 해야 하는 공무원을 위해 내포에 숙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사 신축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공무원이라면 충남혁신도시 인구 10만명 달성을 위해 내포에 거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입 공무원을 위한 복지를 생각하는 도교육청도, 혁신도시 완성을 위한 공무원의 솔선수범을 바라는 의원도 모두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추경이 통과되면서 관사는 2025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관사에 입주할 직원은 대학생이던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떠날 사람’이다. 숙소가 집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젠 떠날 이들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야 할 때다. 내포가 그들의 집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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