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2016년 1월,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설명한 이후 디지털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세상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집을 나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주행하는데 도로 옆 전광판에서 드라마와 같은 컬러 동영상이 표출되고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 순간적으로 지나쳐 알 수 없었지만, 다시 주행하며 자세히 보았더니 재난안내(?)와 같은 공공적인 홍보 같아 보였고 역시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운전 중에 자동차 외부의 동영상을 확인하는 일은 매우 위험했다. 도로교통법에는 운전 중에 운전자가 DMB, 스마트 폰의 동영상 시청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실제 음주운전보다 전방 주시율이 약 20%정도 떨어진다고도 한다.

전광판을 설치한 기관에서는 재난에 대비해 도로변 전광판을 통한 동영상 홍보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겠지만 오히려 달리는 자동차에서는 내용 확인도 어렵고 시급한 정보도 아닌 데다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겠다 싶어 바로 담당자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개선을 요청했다. 얼마 전 전광판을 다시 보니 동영상이 중간에 정지했다 다시 표출되는 방식으로 개선(?)됐고 여전히 동영상은 표출되고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공항에서는 시설의 위치와 기능을 안내하는 그림문자(pictogram)를 사용하는데 이는 언어가 다른 여행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소통하도록 UN산하 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표준을 제정해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공항에서 항공기의 출·도착 정보를 확인하려면 천정에 높이 달려 있는 기계식 전광판을 봐야 했고 정보가 변경될 때마다 문자판 돌아가는 소음도 들리고 바라 보는 목도 불편했었다. 요즘은 디지털 기술혁신으로 내 손안의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이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정보를 공급하는 공항보다는 소비하는 여행객을 우선 시하는 수요자 지향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부로부터 정보를 입수할 때 신체의 감각기관을 이용하는데 전체 정보량의 70%이상을 시각이 담당하고 의사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옛날부터 ‘눈이 보배다.’,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이 회자돼 왔는데 근거없는 말이 아니라 시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조한 것이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정보를 이미지, 동영상으로 시각화(infographics)해 소통하는 것이 추세이고 이는 정보의 직관성과 실용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재난정보를 시각화해 효과적으로 시민에게 전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크라우스 슈밥 교수가 설명하는 향후 디지털 혁신의 걸림돌은 기술혁신 자체라기 보다 이 혁신에 대한 이해 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급격한 변화를 관리하고 혼란을 완화할 수 있는 체계를 생각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 제공할 기회와 도전에 대한 대중의 긍정적 담론(narrative) 부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요약하자면 디지털 혁신의 성공은 기술혁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제도 마련과 이해 관계자의 협력과 지지를 통해 달성할 수 있겠다. 끝으로 디지털 혁신의 급격한 변화로 기술의 적용과 적응과정에서 모두가 더 안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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