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주(1979~)

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이클릭아트 제공

육지와 섬이 손잡으면 바다에 밑줄이 생긴다

떨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하얀 이처럼

거가인지 가거인지 정확하게 고백하는 연습

도란도란 혀를 굴리며 만들어낸 몽돌

파도가 우리의 발목을 잡아끌어도

해저까지 푹 빠져들어 가 잠든다

잠꼬대하듯 쏟아놓은 말로 빈칸을 채우면

등을 켠 고깃배가 우리를 가로지른다

거가대교는 부산광역시 가덕도와 경상남도 거제시를 잇는 다리. 그 다리 잇기 위해 무려 6년이나 걸렸다. 그렇다. 이렇게 너와 내가 손을 잡으면 거기엔 반드시 선이 생기고 그 선을 따라 마음 이어진다. 따뜻한 마음. 아마 거가로 할지 가거로 해야 할지 수없이 주저하며 파도가 왔다 갔다 했을 것이다. 그것은 사랑의 고백처럼 절실했을 것. 그리고 한 순간 손바닥을 뒤집듯 거가로 결정했을 것. 그 순간 바다엔 섬 하나 솟아오르고 거가대교로 출렁거렸을 터. 허공으로 길을 내며 솟아올랐을 것이다. 또 해안에는 파도를 따라 몽돌들이 혀를 굴리며 도란도란 함께 둥글어졌을 터. 한껏 바다의 마음을 감싸며 정으로 정으로 깊어 깊어졌을 것이다. 아무리 파도가 발목을 잡아도 해저 속으로 달려가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이 시는 행 하나씩 한 연으로 구분해 허공 가로지르는 거가대교를 본 뜬 듯. 그래서 다리와 다리 사이 넓게 열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그 바다 아래로는 고깃배들 등을 밝힌 채 파도를 가르며 미끄러진다. 그건 너와 나 사이를 잇기 위한 지난한 몸짓. 바다를 이어야 섬도 육지도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그런즉 이 세상에 이름 없는 다리는 없다. 애초에 너와 나를 연결하면 서로 소통의지가 열린다. 그래서 서로에게 다가가려 상대 이름을 부른다. 그러니 마침내 그 마음에 이름이 생긴다. 아직 바다에 이름 없이 떠있는 섬들 많다. 우리 그것 하나하나 알맞은 이름 붙여 붙여주어야 한다. 그 마음 앞 난바다 세찬 파도도 순해지는 것. 그 마음으로 그 마음으로 무인도엔 봄 오고 꽃 피고 잎이 번져 바다는 한없이 깊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작은 섬에도 다리를 이어 우리 이름 블러줘야 한다.

김완하(시인·한남대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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