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농구하다 보면 슛 쏴도 안 들어갈 때가 있다. 근데 그 순간, 노력에 따라 다시 기회가 생긴다. 그게 뭐꼬?"

"리바운드."

"맞다. 리바운드다. 슛을 수십 번 쏴서 안 들어가면, 그만큼 수십 번 리바운드 기회가 오는 기다."

위의 대화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에서 코치와 선수가 나눈 명대사 중 하나이다. 영화는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대회에서 준우승한 부산의 한 고교 농구부 상황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당시 이 학교는 단 6명의 선수만으로 결승까지 올라 화제가 됐다. 결승 후반전에선 2명이 퇴장당해 3명이 경기를 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인 셈이다.

리바운드는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않고 링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 나오는 것’이다, 또한 리바운드 슛은 ‘공이 링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 나오는 것을 잡아 슛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득점할 기회를 놓쳤지만, 다시 기회를 만들어 득점을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실패와 실수들이 다시 기회가 된다는 의미에서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리바운드라는 스포츠 용어를 통해 교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회를 마련해 주고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존재이다. 지금도 많은 선생님이 학생과 청소년들이 실패에 머무르지 않고 희망의 슛을 다시 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교사의 현실은 밝지 않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 교사는 4만 7,936명으로 집계됐다. 젊은 나이에 교사를 그만둔 경우도 적지 않다. 근속연수 5년 미만인 퇴직 교사 수가 1,850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교권 추락, 각종 민원, 잡무에 따른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을 꼽는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오래전에 옛말이 됐다. 사도의 길이라는 자긍심도 많이 무너졌다. 사회학자 김동춘의 저서 ‘시험능력주의’ 첫머리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입시병, 학력주의 시험능력주의는 일종의 사회적 질병이다’ 저자가 지적한 사회적 질병이 결국 교권의 붕괴를 비롯해 많은 교육문제를 양산했다. 존경받는 스승, 끈끈한 사제 관계의 회복은 구호와 다짐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개혁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스승의 날을 맞는 교육 현실은 여전히 힘들지만 학교와 학생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교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배려와 존중 그리고 사랑이 가득한 학교를 위해서 교사는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리바운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교육이 리바운드의 희망을 노래하기 위해선 정치권과 교육계 모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교육이 나라의 미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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