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결혼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인생의 ‘필수 과정’처럼 여겼다. 행하지 않는 자를 ‘하자 있는 사람’처럼 취급하기도 했다. 우리네 부모님들도 그러했다. 사랑 없이도 결혼을 했다. 그땐 ‘연애결혼’이 많지 않았다. 결혼을 위해 맞선을 수십 번 보기도 했다. 그저 결혼을 위한 결혼이었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닌 인생의 ‘과정’이었다. 대를 이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그저 결혼이 필요했다. 해야 했고 그게 당연했다. 어쩌면 사랑보다 결혼이 먼저였던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대부분 연애를 한 뒤 결혼을 한다. 과거에 비해 사람을 만나는 방법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연애결혼이 대중화됐다. 그렇다 한들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 연애를 하더라도 그게 무조건 결혼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심지어 동거를 하더라도 결혼은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결혼은 ‘선택’이 됐다. 결혼으로 인해 따라오는 책임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사랑하되 결혼은 없을 수 있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자식’을 낳지 않는 딩크족도 많다. 과거 필수였던 결혼·출산은 선택이 됐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란 말이 있다. 타인의 결혼 소식을 듣는 기혼자 반응은 대부분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의문형‘이다. 일단 결혼 소식을 듣고 "왜"로 시작한다. "왜 그런 선택을 했어", "왜 그런 미친 짓을 해" 등등의 질문을 쏟아낸다. 그러면서 결혼을 말리는 이유를 물으면 "그냥 하지마"란 대답으로 끝을 맺는다. 또 하나는 ‘반어형’이다. "그래~해봐"라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겉으론 "결혼 좋아", "어서 결혼해"라고 말을 하며 결혼을 응원을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속으론 "나만 죽을 수 없지", "같이 지옥 가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뭐 물론 이 두 가지 유형을 떠난 진정으로 결혼을 추천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그건 거의 1%다.

☞요즘 부부 갈등 예능이 넘쳐난다. 연예인 부부를 보여주는 걸 넘어 이젠 일반인 부부가 여기저기 나온다.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등등이 있다. 그리고 표면상으론 10대 부모를 다룬다고 하지만 부부 갈등이 중심이 되기도 하는 ‘고딩엄빠’가 있다. 하나가 화제 되면 따라 하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이 예능들은 늘 논란의 중심에 있다. 아동학대 논란부터 남녀 갈등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예능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현실을 넘어 최악을 그리는 듯 하다. 안 그래도 결혼 안 하는 사회에 기름을 붓는 느낌이다. 한편으론 이런 논란의 예능에게도 순기능이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혼인율을 낮출지 몰라도 이혼율도 낮춰준다는 소리다. 미혼자들은 이 예능들을 보며 "결혼을 안 하겠다"라고 결심할 수도 있다. 반면 기혼자들은 "그래도 내 배우자가 예능 속 저 사람보단 낫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다만 자극 대신 방향이 필요해 보인다. 좋은 해결책을 알려주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란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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