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훈 충남여성가족청소년사회서비스원장

톨스토이가 길을 가다가 걸인을 만났다.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형제여 내가 지금 돈이 없어 도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걸인은 "선생님은 지금 나에게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주었습니다" 답했다. 형제라고 불러준 인격적 예우가 삶이 고달픈 걸인에게 큰 힘이 된 것이다.

톨스토이의 이같은 배려와 존중이 ‘감성복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말은 그 사람이 살아온 생활관과 현재의 심리 상태가 결합돼 나온 인품이고 학식이며 성품이다. 사람의 말은 소리와 의미로 돼 있다. 개가 짖음은 소리로만 구성돼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지만, 사람의 말은 의미도 담고 있어 잘못 내뱉으면 상대를 아프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말을 참 잘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단순히 서비스 행위만 하기보다 "힘내세요"라는 말을 동반해야 한다. 서비스 수혜자의 만족도를 높여 자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에서 감성복지와 함께 중요한 또 하나의 개념은 ‘자활’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핵가족화 등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자활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인의 4중고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고독’과 ‘무위’다. 건강하고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다 보니 삶의 의미를 잃게 되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병리 현상이다.

무위와 고독을 극복할 자활의 시작은 일자리에 있다. 노인 일자리 참여로 1인당 54만 6000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자리가 노인의 자아 존중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여 우울을 낮추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는 시장의 노동 유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노인의 자활도 돕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형태가 돼야 한다. 1세대 노인의 사회 공헌형 일자리와 2세대 젊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시장 진입형 또는 시장 자립형 일자리가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저출생으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720만명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조기 퇴직 후 연금수혜 기간까지의 실업을 예방할 수 있다. 고령친화산업의 활성화는 상실해가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노인이 단순한 부양 대상이 아닌 하나의 사회적 주체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는 이들을 말로 응원하고, 직무 및 전문화 교육으로 재활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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