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파 석유 훔치려던 8명 검거
송유관 코앞 두고 경찰에 발각
전직 송유관공사 직원도 가담

송유관에서 석유를 훔치기 위해 충북 청주의 한 모텔 지하실에서 판 땅굴 내부. 대전경찰청 제공
송유관에서 석유를 훔치기 위해 충북 청주의 한 모텔 지하실에서 판 땅굴 내부. 대전경찰청 제공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국도 인근에 10여m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서 석유를 훔치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총책 50대 A씨와 자금책 B씨 등 4명을 검거해 구속하고, 땅굴을 파는 작업자 등 4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씨 등 8명은 충북 청주의 한 모텔을 빌린 뒤 지난 1월부터 모텔 지하실부터 송유관 인근까지 10m가량 땅굴을 파 석유를 훔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기술자 C씨가 교도소 복역을 마친 뒤 범행을 모의했다. C씨는 대한송유관공사에서 일했던 직원으로, 동종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경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한 이들은 송유관과 10여m 거리에 있는 모텔을 통째로 빌린 뒤 지난 1월부터 3월초까지 지하실 벽을 뚫고 곡괭이와 삽 등으로 가로 81cm, 세로 78cm 크기의 땅굴을 팠다. 반복 작업을 통해 송유관 근처까지 도달했지만 경찰에 발각되면서 송유관에 밸브를 연결해 석유를 훔치려던 이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경찰은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지하에서 땅굴을 파고 있던 작업자 등 7명을 붙잡았다. 또 지난달 자금책 1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당초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기 위한 목적으로 충북 옥천의 한 주유소를 빌려 땅굴을 팠지만 땅에서 물이 많이 나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훔친 기름을 판매하기 위해 청주에도 주유소를 임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기름을 훔치려던 송유관은 하루 평균 6만 6000여대의 차량이 오가는 4차로 국도변으로, 자칫 붕괴로 인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재춘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송유관 도유 사건은 폭발과 화재 등사회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유관기관과 협조해 현재 범행 장소는 원상복구했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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