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어렵다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 재정적 어려움을 이론적으로는 재정위기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는 근본적인 재원 부족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공급해야 할 공공서비스가 지역주민에게 제공되지 못해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발휘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또 법·제도적 측면에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는 지방재정법 및 동법 시행령의 재정위기단체 지정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지방재정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는 통합재정수지, 예산대비채무비율, 채무상환비비율, 지방세징수율, 금고잔액비율, 공기업부채비율 등의 지표를 활용해 일정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어려움은 이론이나 법·제도와는 다른 측면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최근 몇 년 동안은 지방재정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되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오지 않고 있음에도 지방재정을 얘기할 때에는 항상 지방재정은 어렵다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실제로도 단체장이나 담당자를 만나더라도 지방재정이 어렵다고들 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 어느 한 곳도 기본적으로 공급해야 할 공공서비스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하지 못해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곳은 없으며 지방재정법 시행령 상 지표 중 채무 관련 지표를 제외하고는 그 기준을 넘을 우려가 있는 경우도 거의 없는 데도 말이다.

그러면 왜 이론적으로 법·제도적으로는 재정위기가 아님에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할까. 이는 우리나라의 국가·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관계의 특징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을 위해 해당 사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이 과정에서 사무 수행을 위한 재원이 부족할 경우 국가는 필요 재원을 지원하는 데 이 재원이 교부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필요 재원 충당에 있어 부족할 경우 국가가 보존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에서 정의하는 재정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마찬가지로 보통교부세가 재원 부족분을 매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법·제도적 측면에서도 재정위기의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생각하는 현실적 측면의 재정적 어려움은 무엇일까. 이는 재정운영의 자율성이 낮고 경직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대한 양의 자치사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으나 충분한 재원은 갖고 있지 못하다. 이는 교부세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중앙행정기관이 추진하는 국고보조사업의 규모가 증가하면서 보조금 규모가 증가하고 이에 대한 지방비 부담규모 역시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방재정의 총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지역주민에 전달되는 공공서비스 역시 증가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단체장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계획해 추진하는 자체사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재정운영의 자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이러한 재정운영의 경직성 심화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단체장 입장에서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어렵다는 말을 할 때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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