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상 충남소방본부장

나이를 먹으면 흰머리와 주름이 하나씩 늘어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지만 사진 속 ‘나’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젊다. 파릇파릇한 젊음을 유지한 채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가끔은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하다. 중국의 진시황은 말년에 영원한 삶을 살고 싶어 불로초를 구하게 했다는 얘기가 전해질만큼 오랜 시간 삶과 젊음은 인류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안타깝지만 진시황도 구하지 못한 불로초처럼 현재 젊음을 유지하거나, 되돌릴 방법은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 옆에 쓰러져 생사가 오가는 사람을 구할 방법은 있다. 심장이 멈춘 사람의 가슴을 강하게 반복적으로 압박하여 피를 돌게 만드는 바로 심폐소생술이다. 도내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최근 3년간 65세 이상 심정지 환자는 2020년 2049명, 2021년 2185명, 2022년 274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언제든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4분으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의 생존율은 7.4%에 불과하다. 목격자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시행하지 않았을 때보다 2배 이상 높아지지만, 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환자는 심각한 뇌 손상을 입게 된다.

그동안 노인들은 학생이나 일반 성인과 달리 심폐소생술을 배울 기회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심폐소생술을 받을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심폐소생술의 주체로는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이태원 사고를 겪으면서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재난은 더 이상 기존의 유형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며, 그에 따른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충남소방본부의 소방관들과 의용소방대원들은 어르신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도내 구석구석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직접 찾아다니며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고 있다. 오는 11일에는 도청 문예회관에서 어르신 심폐소생술 경연대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각 소방서를 대표하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참여해 열정적인 경연을 펼쳐 보일 예정이다. 아쉽게도 불로초는 드릴 수 없지만, 우리 어르신들의 두 손에 꺼져가는 생명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적을 담아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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